[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3000~4000만달러? 미쳤다. 누가 데려가냐?'
올 시즌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 혜성같이 나타나 리그를 완전히 평정하고, 한화를 무려 26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끈 코디 폰세가 다시 메이저리그(MLB) 복귀를 추진 중이다. 그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은 일단 '용광로처럼' 뜨겁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과 '디 애슬레틱' 등 주요 매체들이 계속 폰세의 MLB 재도전에 관한 다채로운 분석과 전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덩달아 폰세의 예상 몸값도 폭발적으로 올랐다. 당초 평균연봉(AAV) 700~800만 달러 수준으로 거론됐던 폰세가 본격적으로 FA시장에 뛰어들자 현재는 3000~4000만달러(한화 약 441~588억원) 수준으로 폭등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O리그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과 MVP의 위용 덕분이다. 여기에 '역수출 성공케이스'인 메릴 켈리(텍사스 레인저스)의 학습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폰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특히 현실적으로 폰세의 커리어를 분석했을 때 'AAV 3000~4000만달러'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액수라는 지적이다.
메이저리그트레이드루머스(MBLTR)는 2일(이하 한국시각) '폰세는 내년에 32세가 된다. 특히 2021년 이후 한 번도 MLB에서 던진 적이 없으며, MLB에 있을 때도 제대로 활약한 적이 없다. 이런 투수에게 3000만달러가 넘는 계약을 안기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디애슬레틱과 MLB닷컴은 일제히 '폰세가 최소 3000만달러에서 최대 4000만달러의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 과거 에릭 페디(전 NC다이노스)가 복귀할 때 받은 2년-1500만달러보다 더 좋은 계약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MLBTR은 이런 전망을 비판한 것이다.
폰세의 커리어를 따져보면 이런 현실적인 우려는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폰세는 MLB에 있을 때 흔하디 흔한 불펜의 '패전처리조'였다. 지난 2015년 MLB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5번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된 폰세는 2020~2021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불펜투수로 총 20경기(5선발)에서 55⅓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2020년에는 1승1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승리없이 6패만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7.04나 됐다. 두 시즌 평균 ERA는 5.86이었고, 탈삼진은 48개로 이닝당 1개에 미치지 못했다.
이 정도 성적으로는 MLB에서 버틸 수 없다. 결국 폰세는 일본 프로야구(NPB)로 건너가 커리어를 이어간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렇게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2022~2023시즌 닛폰햄 파이터스, 202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으로 3시즌 동안 39경기에 나와 202이닝을 던지며 통산 10승16패 ERA 4.54를 기록했다.
결국 폰세가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 건 딱 2025시즌 한번 뿐이다. 그것도 'KBO리그에서만' 거둔 성적이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폰세가 올해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레벨의 특급 선발로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다. AAV 3000~4000만달러는 바로 이런 평가에서 비롯된다. MLB시절보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여기에 스플리터라는 제2의 구종까지 완벽하게 장착한 만큼 MLB로 리턴해도 같은 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긍정론이 반영돼 있다.
반면, 이런 무한 긍정론의 반대편에는 '2025시즌, KBO리그 한정 활약'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번도 특별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폰세가 올해 운 좋게 MLB나 NPB보다 타자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KBO리그에서 '반짝 활약'을 한 것 뿐이라는 평가다. 마치 '호랑이 없는 산에서 여우가 왕 노릇을 한' 구도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폰세는 상당히 리스크가 큰 투수다. MLB로 돌아가 선발 로테이션을 맡았을 때 '2025시즌 KBO리그' 때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확실히 MLB타자들의 파워는 KBO리그 타자들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폰세 정도의 구속과 변화구는 분명 KBO리그에서는 '특급'이지만, MLB에서는 흔한 수준이다. MLBTR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