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짜이찌엔!(잘가시오) 브라이튼"
중국 포털 '시나닷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에 작별 인사(?)를 고했다. 이 매체는 중국 스포츠 토토가 3일 베팅 세션에서 예정된 브라이튼고 애스턴 빌라전 일정을 '구단 사정'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브라이튼과 빌라는 4일 새벽 4시30분 브라이튼 홈구장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디움에서 2025~2026시즌 EPL 14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같은 시각에 벌어지는 번리와 크리스탈 팰리스, 울버햄튼과 노팅엄 포레스트과 달리 브라이튼 경기는 '삭제'됐다.
전범군 사진 게시 논란 후폭풍이다. 브라이튼은 지난달 27일 공식 SNS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크리스마스 진실 토너먼트'(제1차 세계대전 중 크리스마스 휴전을 기념하는 대회) 이미지를 게시했다.
브라이튼 프로팀 소속 선수와 유스팀 선수가 뒤섞여 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토대로 축구 카드를 만드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윙어 미토마 가오루와 12세이하 소속 한 유스 선수가 일본 전범군 사진을 손에 들고 활짝 웃었다.
이 게시물을 본 중국팬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 가십지 '더 선'은 "사진 속 군인은 1942년부터 1972년까지 군 복무를 한 일본 제국군 소속 오노다 히로 중위로 보인다. (미토마는)그 군인이 그려진 카드(배너)를 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나닷컴'은 "오노다는 일본이 항전한 이후에도 항복을 거부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는 필리핀 정글에서 28년간 게릴라전을 벌이며 130명의 필리핀인을 사살하고 부상을 입인 후 1974년에야 마침내 항복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정부에서 지급한 보상금을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을 기리는 신사에 기부했다. 그의 군국주의적 이념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필리핀 국민에게 끼친 해악으로 인해 언론은 그를 '군국주의의 유령', '범죄적 암살자'라고 비난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팬은 곧바로 브라이튼측에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나닷컴'은 "브라이튼은 프리미어리그 정기 행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의 사진을 전시해 아시아 팬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브라이튼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자주 실수를 저지르는 클럽이다. 그들의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브라이튼 아카데미(유스)는 곧바로 "최근 '프리미어리그 크리스마스 진실 토너먼트'(제1차 세계대전 중 크리스마스 휴전을 기념하는 대회)와 관련된 게시물로 인해 중국에 불쾌감을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우리는 중국팬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어떠한 불쾌감을 줄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성명을 통해 공개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질 않았다.
'시나닷컴'은 "브라이튼의 게시글은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즉각적으로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팬은 이를 역사적 트라우마를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하며 분노와 실망감을 표했다"며 "브라이튼이 이후 소셜 미디어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미토마를 비롯한 브라이튼 유소년 선수들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파시스트 군인들의 사진을 들고 있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은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스포츠 토토 또한 신속하게 대응했다. 브라이튼 경기를 '뻔뻔스러운 콘텐츠'로 인해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EPL 복수 구단이 14억 대륙인 중국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브라이튼은 당분간 중국에 발을 디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편, 브라이튼이 친일구단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대전 하나에서 뛰던 대한민국 18세 윙어 윤도영을 영입해 네덜란드 엑셀시오르로 임대로 보낼 때, SNS에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발표해 한국팬의 분노를 샀다. 브라이튼은 '일본 간판' 미토마를 주력으로 활용한 2022년부터 일본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엔 프리시즌 일본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