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제야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한 지 알겠지?'
토트넘 홋스퍼 구단의 뼈아픈 탄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땅을 치고 후회해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10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간판스타 손흥민을 잡지 않은 대가가 너무나 크다. 구단 흥행은 박살났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결과적으로 팬들은 커다란 불행을 체감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래틱' 영국판은 3일(이하 한국시각) EPL 각 구단 팬들의 행복 수치를 책정해 발표했다. 1위부터 20위까지 나열된 이 순위는 이번시즌 순위와 경기력, 그리고 홈 구장의 흥행 및 분위기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물론 이 수치가 팬들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긴 무리다. 그래도 꽤 흥미로운 순위가 눈에 띈다.
바로 토트넘의 순위다. 한때 토트넘은 한국 팬들의 '국민구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바로 손흥민이 간판 스타로 뛰던 시절이다. 이 시기에는 토트넘 팬들도 제법 행복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2024~2025시즌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17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가 절정이었다. 이때 '캡틴'이자 큰 역할을 한 이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런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았다. 다니엘 레비 전 토트넘 회장은 손흥민이 나이가 들고, 기량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망설이다가 겨우 1년 계약 연장만 진행했다. 실망감을 느낀 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떠났다.
LA FC에서 손흥민은 다시금 '최정상의 스타'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성적은 물론 리더십과 팬 장악력, 흥행의 지표인 스타성까지 유감없이 과시하며 LA FC뿐만 아니라 MLS 전체의 대표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그러는 사이 토트넘은 무섭게 추락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로 전환한 토트넘은 이번 시즌 리그 11위에 머물고 있다. 손흥민의 공백을 대체하겠다며 영입한 마티스 텔, 윌손 오도베르, 사비 시몬스 등을 영입했지만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손흥민이 두고 간 '7번'을 물려받은 시몬스는 최근들어 아예 벤치로 밀려나보렸다.
이런 상황은 결국 팀 성적 저하 뿐만 아니라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홈구장은 계속 텅텅 비어가는 상황이다. 급기야 토트넘은 지난달 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티켓 가격을 인하하는 극단의 조치까지 취했다. 영국 매체 더 스탠더드는 지난 11월 6일 "토트넘 구단이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 티켓 가격을 '카테고리 A'에서 '카테고리 B'로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원래 도르트문트전은 '카테고리A' 경기로 분류돼 있었다. 이러면 가장 저렴한 좌석 가격은 77파운드(약 14만6000원), 가장 비싼 좌석은 94파운드(약 17만2000원)다. 그러나 토트넘은 전체적인 좌석 가격을 약 25%나 내렸다. 한 마디로 손흥민이 빠진 뒤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지지부진하던 토트넘 홈구장 티켓 장사가 손흥민으로 인해 갑자기 호황을 띄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손흥민이 12월 21일 리버풀과의 경기 때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아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티켓이 매진돼 버렸다.
이에 관해 영국 매체 투더레인앤백은 "(손흥민이 온다는 소식에)토트넘 팬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리버풀전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리버풀전은 늘 팬들의 주목을 받는 경기지만, 쏘니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렇게 팀 성적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팀의 간판스타인 손흥민도 떠나자 토트넘 팬들은 심리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애슬레틱 순위에 따르면 토트넘은 최하위였다. 심지어 사실상 2부리그 강등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울버햄튼 팬보다 낮은 순위다. 이에 대해 디애슬레틱은 '토트넘은 선수들끼리 경기 후에 말다툼을 하고, 감독과 팬을 무시한다. 또 감독은 팬들을 비난하며, 팬들은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낸다'며 난장판인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내치며 엄청나게 많은 것을 잃고 만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