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FA 시장에서 굵직한 계약이 속속 체결되고 있는 가운데 KBO 출신 투수 2명이 3일(한국시각) 만족스러운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화 이글스에서 원투 펀치로 활약한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나란히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폰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3년 3000만달러, 와이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1년 260만달러 계약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폰세는 KBO 출신으로는 메이저리그 입단 계약 중 최고 기록이고, 와이스의 경우 2027년 구단 옵션까지 합하면 1000만달러 이상의 규모다.
토론토는 이날 또한 FA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딜런 시즈와의 7년 2억1000만달러(3079억원)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토론토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2021년을 앞두고 조지 스프링어와 맺은 1억5000만달러를 5년 만에 넘어섰다.
이날까지 5000만달러 이상의 규모로 계약한 FA는 시즈와 시애틀 매리너스 1루수 조시 네일러(5년 9250만달러), 뉴욕 메츠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3년 5100만달러) 등 3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앞으로 계약 규모에 충실한 활약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거액의 계약을 후회하게 만든 케이스가 수두룩했다는 점에서 그 무엇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역대 '3대 먹튀'로 꼽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년 2억4500만달러), 로빈슨 카노(10년 2억4000만달러), 프린스 필더(9년 2억1400만달러)와 같은 악성 계약자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미 폐기 수순에 들어간 계약들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이 지난 2일 게재한 '현재 발효 중인 가장 추한(ugliest) MLB 계약 톱10'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해 본다.
10위는 LA 다저스 불펜투수 태너 스캇(4년 72000만달러)이다. 그는 계약 첫 해인 올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다저스는 내년 이후 사이닝보너스 잔여분 1500만달러와 남은 3년간 1100만달러, 1500만달러, 1500만달러의 연봉을 합쳐 5600만달러를 더 줘야 한다. 구단은 여전히 믿는다고 하지만 다저스의 최대 약점이 불펜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9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달러). 구단은 내년 40세가 되는 그에게 3년 동안 4600만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 시즌을 통째로 쉬기로 했다. 선발진이 사실상 붕괴된 샌디에이고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8위는 뉴욕 양키스 지명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13년 3억2500만달러)이 자리했다. 마이애마 밀린스 시절인 2014년 11월 맺은 계약이 2017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양키스로 넘어왔다. 남은 계약기간 3년간 7900만달러가 양키스 지갑에서 나간다. 그는 양키스 이적 후 올해까지 8년간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이 3번 뿐이다.
7위에 오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유격수 하바에르 바에즈(6년 1억4000만달러)도 부상과 부진이 반복되고 있다. 올시즌에는 126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0.257, OPS 0.680으로 또 기대치를 밑돌았다, 아직도 2년 4800만달러가 남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5년 1억달러)가 이 부문 최악 6위인데, 내년 2000만달러만 채우면 계약이 만료된다. 부상이 아닌 단순한 부진이 문제다. 계약 첫 시즌인 2022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연속 bWAR이 1.5 이하였다.
5위에 랭크된 텍사스 레인저스 작 피더슨(2년 3700만달러)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지만 올해 96경기에서 OPS 0.614, bWAR -0.3을 기록했다. 내년 2125만달러, 2027년 1850만달러 상호 옵션이 남아 있다.
4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 앤서니 샌탠데어(5년 9250만달러)는 계약 첫 시즌인 올해 54경기 출전에 그쳤다. 왼쪽 어깨 부상을 입어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쉬었다. 남은 4년간 받을 돈이 7630만달러에 이른다.
MVP를 세 차례 거머쥐어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12년 4억2650만달러)도 사실 '먹튀'에 가깝다. 2019년 연장계약 후 생애 세번째 MVP를 탄 그는 2021년 이후 올시즌까지 5년 동안 부상 탓에 팀 일정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남은 5년간 1억8560만달러를 더 받는다.
2위에 오른 에인절스 3루수 앤서니 렌던(7년 2억4500만달러)도 야구장보다 병원과 트레이닝룸에 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계약 마지막 해인 내년 3800만달러 처리를 두고 구단과 협상 중인데, 사실상 은퇴다.
'최악의 현재 진행 계약의 불명예' 선수는 콜로라도 로키스 외야수 크리스 브라이언트(7년 1억8200만달러)다. 2022년 3월 FA 계약을 하고 4년 동안 팀 일정의 26.2%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남은 3년간 8100만달러가 또 허공에 뿌려질 우려가 있다.
시즈는 2019년 빅리그 데뷔 이후 7년 동안 별다른 부상 없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토론토로부터 내구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예상보다 긴 계약기간과 많은 돈을 보장받았다. 그러니 앞으로 7년 동안 아프기라도 하면 어떤 비난이 쏟아질 지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