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컬처&] "세상에 대충 해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이든 삶이든. 한발 더 나아가지 않고선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노무라 도쿠시치)
일본 최고 CEO 42명의 천금 같은 경영 어록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지난 달 3일 시크릿하우스에서 발간한 '일언천금 -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나는 위대한 CEO들의 경영 어록'(이하 일언천금)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원칙과 언어로 기업을 이끈 일본 CEO 42인의 경영 어록을 모은 책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통찰, 말이 아니라 '언어의 무게'다. 이 책은 단순한 명언집이 아니다. 짧은 문장 뒤에는 수십 년의 시행착오, 혹독한 단련, 그리고 위기 속에서 길어 올린 생존의 철학이 숨어 있다. '천금 같은 말 한마디(一言千金)'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한 시대를 바꾼 경영자들의 한 문장 한 문장을 통해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록들은 교과서나 이론에서 배운 경영이 아니다. "손이 베일 듯한 물건을 만들어라"(이나모리 가즈오), "피오줌을 눈 적이 없다면 성공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마쓰시타 고노스케) 같은 말은 한 기업의 정신이자 창업자의 DNA로 남은 문장들이다.
저자 이재우는 이러한 언어를 단순히 인용하지 않고, 그 말이 태어난 배경, 위기, 몰락, 재기의 순간을 함께 따라가며 풀어낸다. 그래서 '일언천금'의 어록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현장에서 길어 올린 압축된 생존전략'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들의 말을 '어록의 저수지에서 길어 올린 마중물'이라고 표현한다. 일본 경영자들의 어록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며 새로운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주듯, 이 책의 저자 또한 오늘의 리더들에게 다시금 "경영의 언어를 새롭게 세우라"고 권한다.
창업자든 중소기업 대표든, 혹은 수십 명의 팀을 이끄는 리더든, 누구나 이 책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비춰볼 한 문장을 만나 볼 수 있다. 경영은 전략이 아니라 언어에서 시작된다. '일언천금'은 바로 그 말의 힘을 복원하려는 책이다.
경영 칼럼니스트, 고전 덕후, 그리고 산(山)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저자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한 경제 매체에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 글로벌 경영자들의 전략과 혜안을 독자들에게 전해왔다. 특히 일본의 산업을 일군 경영자들의 발자취를 탐구하면서 꾸준히 글을 써 왔다. 문중의 유학자인 아버지의 서재에서 꺼내 읽은 동양고전들이 그의 삶의 길을 새로 열어줬다. 삼성 창업 회장 이병철이 "나를 있게 한 건 논어"라고 했듯이 고전은 사람을 만들 수도, 기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맹자'에 나오는 관어해자난위수(바다를 본 사람은 감히 물을 말하기 어려워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