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나이 40대 전후 베테랑들이 이토록 강하게 FA 시장 분위기를 주도한 적이 있었을까. 예상하지 못한 계약이 반복해서 성사되는 올겨울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C등급 FA는 모두 7명이었다. 외야수 김현수 최형우 손아섭, 포수 강민호 한승택, 투수 양현종, 내야수 황재균 등이다. 한승택을 제외한 전원이 1980년대생이고, 최형우와 강민호는 40대다. 리그 최고 타이틀을 한번씩은 걸었던 선수들이라고 해도 나이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김현수는 개장부터 유격수 박찬호, 지명타자 강백호, 외야수 박해민 등과 함께 대어로 분류되며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김현수는 고심 끝에 KT 위즈와 3년 50억원 전액 보장 계약서에 사인했다. 1988년 1월생인 김현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어쨌든 KT는 올해 한국시리즈 MVP 타자를 특급 대우했고, 김현수는 가장 좋은 조건의 계약을 선택하고 LG 트윈스를 떠났다.
예상 밖의 이적생은 최형우였다. 1983년생인 최형우는 내년이면 43살이 된다. C등급이라도 올해 연봉이 10억원이라 보상금은 15억원에 이르렀다. 이적이 쉽게 점쳐지지 않았던 이유다.
최형우의 친정 삼성이 왕조 재건을 목표로 진정성 있게 접근하면서 어려울 것 같던 이적이 이뤄졌다. 삼성은 2년 26억원에 최형우를 품었고, KIA는 영입전에서 패하면서 지난 9년 동안 부동의 4번타자였던 최형우를 잃었다.
KIA는 최형우와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원클럽맨 양현종 잔류에 더 집중했다. 3일 저녁 양현종 측과 급물살을 타면서 계약 합의에 이르렀고, 4일 2+1년 45억원 계약을 발표했다.
이제는 강민호의 시간이다. 삼성은 올겨울 포수 장승현(2차 드래프트)과 박세혁(트레이드)을 차례로 영입하면서도 "강민호는 우리 선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형우 영입전이 끝난 만큼 이제는 강민호 잔류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강민호는 올해도 삼성의 대체 불가 안방마님인 것을 증명했다. 삼성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강민호는 쉴 틈 없이 안방을 지켰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은 "(강)민호 형한테 무조건 남아달라고 이야기했다. 민호 형도 남고 싶은데 아직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하더라. 민호 형의 저번 FA(2021년) 때도 내가 언론을 통해서 민호 형이 꼭 남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사장님께도 꼭 잡아 주시길 바란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이번에 우리 포스트시즌만 보더라도 민호 형이 없으면 진짜 안 된다는 것을 선수들도 팬들도 다 느꼈다. 우리 구단에서 민호 형을 잡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구단에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다.
최형우 계약으로 낭만을 챙긴 삼성이 안방마님 강민호 대우도 섭섭하지 않게 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민호는 FA 총액 2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13년 처음 FA 자격을 얻어 4년 75억원에 잔류했고, 2번째 FA였던 2017년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해 이적했다. 2021년 3번째 FA는 4년 36억원에 재계약했다. 강민호의 FA 총액은 191억원이고, 이번이 4번째 FA다. 최형우 못지 않게 베테랑 FA의 역사를 쓰고 있는 강민호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