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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불'영어에 영어학회협의회 "1등급 널뛰기 절대평가 폐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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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영어 관련 학회 성명…"사교육 급팽창·수험생 혼란 가져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를 겨우 넘기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영어 관련 학회들이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이하 영단협)는 5일 성명을 내고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불공정한 정책의 실패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단협은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19.1%였다가 9월 모의평가에서는 4.5%로 낮아졌고 수능에서는 결국 3.11%로 곤두박질쳤다. 1등급이 널뛰기하는 시험"이라면서 "영어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로, 구조적 오류가 한계에 다다르며 현장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영어 절대평가가 남긴 것은 불안정한 등급, 급팽창한 사교육 그리고 혼란한 수험생뿐"이라며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입시 체제를 즉각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단협은 영어 문항과 관련해선 "추상적인 조각 글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 역시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평가원 채점 결과 이번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은 3.11%로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작년 1등급 비율(6.22%)의 반토막 수준으로, 4% 이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낮다.
영단협은 사교육 경감을 위해 도입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식이 오히려 공교육의 붕괴를 낳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영단협에 따르면 서울 일반고의 기초교과목 중 영어를 선택한 비율은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하락했다.
영어 교사 임용 역시 줄어 중등 영어 교사 선발 인원은 수학 대비 2014년 118.5%에서 2026년 77.7%로 급감했다.
강석진 한국영어교육연구학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인해 초등학교 때 사교육으로 영어를 모두 끝내고 중·고등학교 때는 국어와 수학, 탐구 과목을 공부하는 게 '강남의 룰'이 됐다"면서 "반면 학교 영어 수업은 시수가 줄어 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은 공교육으로도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학회장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현행 영어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우선 단기적인 방법으로 수능 영어에 국어·수학·탐구 과목과 같은 평가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철 영단협 공동대표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입시와 직결되지 않는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영어 관련 교과목 선택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영어 공교육의 위기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amb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