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뇌물받고 무죄 예상했나?…수의 대신 정장 입은 익산시 공무원

by


체포·증거수집 위법성 주장…재판부 "모두 적법" 징역 1년 선고

(군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도심 간판 정비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고 뇌물을 받은 전북 익산시 공무원이 5일 수의 대신 정장을 입고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긴급체포와 증거 수집의 위법성을 주장한만큼 무죄를 예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으나 재판부는 공직사회 신뢰 훼손을 지적하며 피고인에게 실형을 내렸다.
이날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3단독(지창구 부장판사)은 뇌물수수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익산시 사무관 A(57)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천만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천200만원을 추징했다.
검찰이 앞선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만큼, 재판부의 실형 선고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형량보다 A씨의 옷차림이 더 눈길을 끌었다.
A씨는 통상 형사사건에서 구속기소 된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검정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법정에 섰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는 형집행법에 따라 수사·재판 등에 참석할 때 사복을 입을 수 있지만, A씨처럼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피고인은 이런 경우가 드문 편이다.
뇌물죄는 다른 경범죄와 달리 벌금형이 존재하지 않고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을 받기 때문에 A씨가 무죄나 집행유예를 기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취재진 사이에서 나왔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이 주장한 내용은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A씨의 변호인은 "경찰은 피고인을 긴급체포하면서 '미란다 원칙'(변호인 선임 및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는 절차)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후 이뤄진 피의자 신문 또한 위법하게 이뤄졌으므로 재판에서 이 증거들을 토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법원이 그간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전례가 있으므로 A씨 또한 이와 동일한 선상에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긴급체포와 피의자 신문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시도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체포를 집행한 경찰관의 판단이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긴급체포의 요건 중 하나인 긴급성을 충족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위법한 증거 수집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관은 당시 진술 거부권을 고지했고 이후 피고인은 전북경찰청에서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로 조사받았다"며 "게다가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범행을 자백했으므로 모두 증거 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무렵부터 유죄를 직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은 채 재판부의 말을 경청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후 교도관과 함께 법정을 떠났다.
A씨는 2021∼2025년 6월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일부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골프·식사 접대와 함께 현금과 상품권 등 1천4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7월 28일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한 경찰이 익산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자 부하 직원에게 '가족에게 연락해서 내 차를 옮겨달라'는 메모와 함께 현금다발이 실린 차 열쇠를 건네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jay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