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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코리아컵 '더블' 역사, 포옛과 전북의 준비된 이별도 마침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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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좌절을 딛고 쓴 새 역사, 준비된 이별도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전북 현대의 K리그1, 코리아컵 동시 제패를 이끈 거스 포옛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 관계자는 "포옛 감독이 2~3주 전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일단 코리아컵까지 집중해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노스 코치 건 뿐만 아니라 시즌 중 코치진 대부분이 상당히 힘들어 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아직 정리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관련 발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옛 감독이 올 시즌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것이란 관측은 지난해 12월 선임 당시부터 불거졌다.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잉글랜드), 보르도(프랑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줄곧 커리어를 쌓아온 그가 갑작스럽게 K리그를 선택한 배경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선덜랜드(잉글랜드) 시절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그리스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야인 생활을 했던 그에겐 반등이 필요했고, 승강 플레이오프 벼랑 끝에서 구사일생한 전북은 딱 맞는 선택지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포옛 감독이 올 시즌 전북을 본궤도에 올려 놓고 유럽팀의 제의를 받는다면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런 관측은 전북이 시즌 초반부터 무패 가도를 달리며 K리그 선두에 올라서면서 힘을 받았고, 지난 여름 구체화됐다. 당시 축구계에선 포옛 감독이 곧 전북을 떠날 것 같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에 대해 포옛 감독은 포옛 감독은 2025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지난 10월 "솔직하게 말하자면 6월에 유럽 팀들의 감독 교체 시기에 제의가 오긴 했다"고 털어놓았다. 포옛 감독이 유럽행 대신 전북에 남아 K리그1 우승을 이끌었지만, 코리아컵을 마친 이후의 행보에 대한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유럽 리그가 시즌 중인 겨울에는 중도 부임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박에 없는 만큼, 내년 여름 전북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있었다.

이런 가운데 포옛 감독이 힌트를 던졌다. 그는 지난 1일 K리그 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마우리시오 타리코(타노스) 수석코치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 중징계를 받은 것을 거론하며 "내 코치진을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사단이 한국에 머무르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정"이라며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북에 사퇴 의사를 전한 시기와 발언을 대입해보면 포옛 감독은 이미 코리아컵을 앞두고 한국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새 시즌 판은 이미 포옛 감독이 짜 놓은 상태. 포옛 감독은 유럽행을 단념한 뒤 전북 관계자들과 스페인을 방문해 새 시즌 전지훈련지를 둘러봤다. 조기 우승 확정 뒤엔 새 시즌 선수 구성에 대한 교감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포옛 감독이 떠나게 되면 새로운 감독이 손을 대기 쉽지 않은 상황. 지난해 김두현 감독이 물러나고 포옛 감독이 큰 변화 없이 선수단을 인계 받아 시즌을 준비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지난 여름 포옛 감독의 거취가 주목 받던 시기부터 전북의 차기 사령탑 전망도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지난 여름 포옛 감독을 향한 유럽의 구애를 확인한 전북도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곧 드러날 포옛 감독의 행보, 전북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