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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상대로 선발승, 아직도 생생한데…부산팬 환호 잊을 수 없죠" 아직 은퇴는 이르다, 31세 좌완의 부활 다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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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쉽네요. 수술하고 첫해였는데, 이제 좀 던질만 하다고 느끼는데…"

더이상 '롯데 자이언츠'가 아니다. 심재민(31)은 지난달 28일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지금은 모교인 개성고에 머물며 훈련중이다. 연락이 닿은 심재민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타오르는 야구 열정과 더불어 아쉬움이 가득했다.

심재민은 2014년 KT 위즈 우선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이래 올해로 11년차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알고, 선발부터 불펜까지 두루 소화해본 경험많은 베테랑이다. 후배들에겐 그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공부가 될 전망. 심재민은 "전 많이 부족하다"며 멋쩍어했다.

리틀야구 김해 엔젤스 시절부터 전국구 에이스로 유명했던 그다. 김응용 감독이 직접 챙기며 자신의 모교인 개성중-개성고를 거쳤다. 강영식-권혁 등과 함께 '김응용의 아들들'로 불릴 만큼 애지중지 했던 야구 유망주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의 활약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프로 통산 326경기(선발 12)경기에 등판하며 367이닝을 소화했고, 17승21패 2세이브37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4.76. 주로 불펜에 머무르며 필요할 땐 대체선발까지 소화하는 롱릴리프 겸 스윙맨 역할이었다.

2023년 롯데로의 트레이드가 터닝포인트가 되는 듯 했다. 이해 심재민은 후반기 23경기(선발 6)에 등판, 2승1패 4홀드를 올리며 후반기 대반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정적 도약의 시점에 허리 부상이 찾아왔다. 한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심각한 상황까지 갔지만, 심재민은 끈질긴 재활 노력을 통해 이겨냈다.

올해 1군에선 4경기 3이닝 등판에 그쳤다. 퓨처스에서도 11경기 37⅓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7.71로 좋지 못했다. 결국 롯데의 선택은 작별이었다.

심재민은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몸은 완전히 건강해졌다. 컨디션이 올라오는 상황인에 방출 통보를 받아 많이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즌 막판에 몸상태가 좋았는데 경기에 등판하질 못해서, 그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울산 교육리그(KBO Fall League)라고 가야겠다 했는데, 구단에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운영할 예정이라 나는 명단에 없다고 하더라."

심재민은 올해 31세,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여전히 140㎞ 안팎의 직구를 던질 수 있고, 경험많은 베테랑 좌완투수다.

그는 "요즘은 학교(코치)보다는 아카데미로 많이 가던데, 아직 프로 선수 외에 다른 걸 하겠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더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팀이 이미 리빌딩, 육성에 초점을 맞췄으니까"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어느 팀이든 블러주면 바로 가겠다. 믿고 맡겨만 주시면, 모든 보직을 다 소화할 수 있다"며 웃었다.

롯데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광주에서 양현종이랑 맞대결해서 승리 따낸 경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실렸다.

2023년 9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다. 선발등판한 심재민은 5이닝 1실점 2K로 잘 던졌다. 반면 양현종은 5이닝 3실점으로 살짝 흔들렸다.

여기에 6회초 도중 비가 쏟아지면서 결국 5이닝 우천 콜드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쑥스럽지만 행운도 깃든 승리였다.

"롯데에 원망은 없다. 나를 필요로 해서 불러준 팀이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첫해 잘하고 계속 부상으로 빠져있었는데도 항상 걱정해주시고, 날 기억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부산팬들의 환호 잊지 못할 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