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한항공의 연승 질주를 막을 팀은 누구일까.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희생양 삼아 거침없는 10연승을 내달렸다.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13, 23-25, 27-25, 25-18)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31일 우리카드전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을 '10'으로 늘렸다. 올시즌 11승째(1패)로 승점 31점.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2위 현대캐피탈(23점)에 멀찌감치 앞섰다.
외국인 선수 러셀이 22득점 5블록과 함께 트리플 크라운(서브에이스, 후위공격, 블로킹 동시에 3개 이상)을 완성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정지석(19득점 3블록) 김민재(12득점 3블록)이 뒤를 받쳤다. 한선수의 현란한 토스워크도 빛났다.
삼성화재는 아히(19득점) 나 홀로 분투하며 선전했지만, 연패 탈출까진 뒷심이 부족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 삼성화재는 2라운드 첫 경기였던 11월 12일 대한항공전을 시작으로 7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11패째(2승)로 승점은 여전히 7점. 7개 팀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틀전 치른 우리카드전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서일까. 대한항공 선수들의 몸은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헤난 대한항공 감독은 이번 시즌 첫 출전한 베테랑 곽승석을 비롯해 유광우 임동혁 조재영 등을 폭넓게 기용하며 컨디션 관리에 힘썼다. 그는 "몇연승을 했던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음 경기에 집중한다"고 했다.
"코트 안에서 즐기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최우선이다. 중요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대신 선수들도 그만큼 따라와줘야 한다. 시즌이 긴 만큼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고 있다. 임동혁의 컨디션이 올라온 만큼, 러셀도 충분히 쉬게 할 예정이다."
반면 김상우 감독의 표정은 한층 더 무거웠다. 그는 "밸런스가 어긋난게 아니라 기량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연패가 쌓이면서 다들 많이 힘들어한다. 최선을 다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세트는 대한항공의 압도적 승리. 시작하자마자 정지석 정한용 러셀이 잇따라 상대 코트를 폭격하면서 2분만에 4-0이 됐고, 삼성화재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4분만에 러셀의 서브에이스로 8-1이 됐다. 그 뒤로도 대한항공의 쾌속 비행이 이어졌다.
한편 삼성화재로선 아히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첫 세트 경기 양상이었다. 가볍게 블로커에게 바운드 시킨 공이 커버 되지 않고, 2단 연결도 흔들렸다. 평범한 언더토스가 네트를 넘어가며 다이렉트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한항공 러셀이 2번째 서브에이스를 추가하며 19-8을 만들자, 삼성화재는 4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하며 다음 세트를 준비했다. 1세트는 23분만에 끝났다.
삼성화재는 2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리시브가 살아나면서 도산지의 빠른 토스에도 힘이 붙었다. 아히는 2세트에만 10득점을 따내며 해결사 노릇을 했다. 도산지의 뚝 떨어지는 서브도 빛을 발했다. 21-21에서 아히의 후위공격과 손현종의 블로킹으로 리드를 잡았고, 김우진이 마지막 세트포인트를 따냈다.
삼성화재는 3세트에도 12-9로 앞서나갔지만, 대한항공은 러셀 대신 임동혁을 투입해 흐름을 바꿨다. 듀스까지 이어진 일진일퇴 혈투, 대한항공은 24-25에서 러셀의 득점, 정지석의 블로킹, 상대 범실로 3연속 득점을 따내며 결정적인 3세트를 따냈다.
4세트는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의 흐름이 이어졌다. 7-8로 뒤지던 대한항공은 김규민의 속공으로 동점을 만든 뒤, 김규민(3개)-러셀(2개)의 5연속 블로킹으로 승기를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삼성화재는 도산지 대신 노재욱, 아히 대신 김요한을 투입하며 흐름을 바꾸고자 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러셀은 18-13에서 서브에이스로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