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타이틀을 뺏었던 호세 베리오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쓰일 위기에 놓였다. 공교롭게도 베리오스의 입지를 좁힌 투수는 한화 에이스였던 코디 폰세다.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와 폰세가 3년 3000만 달러(약 442억원)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폰세가 지난달 30일 갑자기 한국에서 시상식 등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가 밝혀진 순간이었다.
토론토는 비시즌 초반부터 공격적인 행보로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했다. 폰세에 앞서 5년 연속 200탈삼진을 자랑하는 우완 딜런 시즈와 7년 총액 2억1000만 달러(약 3098억원) 대형 계약을 했다.
토론토는 베리오스, 케빈 가우스먼, 트레이 예세비지, 셰인 비버, 보든 프랜시스, 에릭 라우어에 시즈와 폰세까지 추가했다. 좌완 라우어를 제외하면 모두 우완이다.
162경기 시즌을 고려했을 때 선발진이 풍부하면 좋지만, 이 정도면 정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미국 언론은 1순위 정리 대상으로 베리오스를 꼽는다.
류현진의 토론토 에이스 시절을 기억한다면 베리오스는 그리 반갑지 않은 이름이다.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180억원)에 계약하고 에이스 대우를 받았다. 첫해는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지만, 이적 2년차였던 2021년부터 류현진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에이스 타이틀이 위태로워졌다.
이때 토론토가 선택한 새 얼굴이 베리오스였다. 2021년 시즌 도중 미네소타 트윈스와 트레이드로 베리오스를 영입하며 류현진의 하락세에 대비했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 7년 1억3100만 달러(약 1932억원)에 계약하며 사실상 에이스 교체를 알렸다.
류현진은 부진 끝에 2022년 시즌 도중 결국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3년 후반기에 복귀했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더 이어 가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하고 한국 복귀를 택했다.
3년 전 류현진을 밀어냈던 베리오스는 이제 폰세에게 밀릴 위기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아마 토론토는 선발투수 중 한 명을 불펜으로 돌리거나 아직 신인인 예세비지나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비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리그 소식통에 따르면 폰세 영입은 겨울 트레이드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고, 토론토는 베리오스의 의사를 들을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리오스는 올 시즌 막바지 부상으로 선발 자리를 잃었고, 플레이오프 명단에 들지 못했으며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팀을 떠났다. 베리오스는 2021년부터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과 클럽하우스에서 꾸준히 자기 몫을 해왔지만, 지금은 결별이 서로 최선일 수 있다. 조금 더 저렴하면서 선발 깊이를 더할 옵션인 폰세를 영입한 것은 결별 가능성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폰세를 향한 기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폰세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난 4년 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뛰면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폰세는 올해 한화와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계약하고, 29경기 17승1패, 180⅔이닝, 252탈삼진,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2023년 에릭 페디(당시 NC 다이노스) 이후 2번째 외국인 투수 3관왕이다.
디애슬레틱은 '폰세의 직구 구속은 빅리그 마지막 시즌보다 2마일 정도 상승했다. 시속 95마일(약 153㎞)로 주로 형성되고 때로는 98마일(157.7㎞) 이상까지 찍히기도 한다. 그는 스플리터 같은 체인지업을 새로 장착해 최고의 제2 구종으로 만들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 썼던 커터와 커브는 잘 유지했다. 한국 타자들의 공격력은 여전히 메이저리그보다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페디와 메릴 켈리는 최근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겨 성공한 사례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첫 시즌 평균자책점이 페디가 3.30, 켈리가 4.42였다. 폰세는 한국에서 이 둘보다 삼진-볼넷 비율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훨씬 나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