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음주운전 사고로 K리그에서 퇴출됐다가 중국에서 재기에 성공한 구니모토 다카히로(랴오닝 톄런)가 팀을 떠난다.
중국 텐센트는 9일(한국시각) '새 시즌 중국 슈퍼리그로 승격하는 랴오닝이 구니모토와 재계약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구니모토는 랴오닝 주장 완장을 차고 올 시즌 중국 갑급리그(2부) 전경기에 출전해 5골-19도움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도움 부문에선 리그 최다 기록. 랴오닝은 20승8무2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슈퍼리그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리그 막판에는 갑급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인정 받았다.
이럼에도 랴오닝은 구니모토와 결별하는 쪽을 택했다. 텐센트는 '구니모토와 랴오닝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양측은 원만한 협상 끝에 결별하기로 했다'며 '구니모토가 랴오닝과 재계약하지 않더라도, 슈퍼리그 및 갑급리그 팀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니모토가 계속 중국에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최근 중-일 관계가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함과 더불어 일본 여행 및 문화 교류 자제를 포함하는 '한일령'을 발동시켰다. 중국 내부에서도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일각에선 랴오닝이 주장직까지 맡겼던 구니모토가 빼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재계약하지 않는 이유를 이 부분에서 찾고 있다.
우라와 레즈 유스 출신인 구니모토는 2018년 경남FC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뛰어난 재능에도 멘탈 문제로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경남에서 2시즌 간 61경기 7골-4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에는 2시즌 연속 K리그 베스트11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2022시즌 전반기에도 14경기 4골-1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2022년 7월 초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고, 전북은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구니모토는 "속상해서 술을 마셨다. 대리운전 기사가 클럽하우스 안으로 차를 몰 수 없었고, 근처에 세우기 위해 잠시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K리그를 떠난 구니모토는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2024년 랴오닝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만 해도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으나, 기량 뿐만 아니라 리더십까지 증명하면서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