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직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겨울에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가 자신의 10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양의지는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신의 10번째 골든글러브다. 양의지는 2014년 첫 수상을 시작으로 2015, 2016, 2018, 2019, 2020, 2022, 2023년에 포수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지명타자 부문에서 황금 장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수상에 실패했으나, 올해 명예 회복에 성공하며 10번째를 품에 안았다.
양의지는 올 시즌 130경기 타율 3할3푼7리 153안타 20홈런 89타점 OPS 0.939의 성적을 기록했고, KT 안현민(0.334)을 제치고 리그 타율 1위에 올랐다. 38세의 나이에 타격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었다.
2023년 포수 부문에서 통산 8번째 포수 부문 수상을 기록하며 이미 역대 포수 최다 골든글러브 기록을 경신한 양의지는 '전설' 이승엽이 보유한 역대 최다 10회 수상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양의지가 골든글러브를 한번 더 받게 되면, 이승엽을 넘어 KBO 신기록을 작성한다.
'골든글러브 기록의 사나이'지만, 지난해 이 맘때에는 시상식장에 오지 않았다. 부상으로 결장이 잦아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심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양의지는 "항상 시상식에 초대받고, 투표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었는데 작년에는 후보조차 못들고 약간 소외됐었다. 당시 딸이 밥 먹다가 '아빠 왜 시상식을 안가?'라고 물어보더라. '약간 좀 그래'라고 얼버무리기는 했었다"며 웃었다.
지난해 수상 실패가 양의지에게는 더 독한 마음으로 야구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 "아직까지는 제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올해 겨울에는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그는 실제 성적으로 보여줬다. 물론 그러면서도 "제 개인 성적은 괜찮았는데,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게 너무 아쉽다"는 양의지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일 아침부터 레드카펫을 밟을 생각에 들떠 있었던 딸들은 이날 아빠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꿈을 이뤘다.
벌써 10번째 수상인데도 여전히 긴장이 된다. 양의지는 "처음 받았을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긴장되고, 감사한 분들이 많이 생각나고,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야구 선수에게는 최고의 상이고, 받고 싶은 상을 마지막에 받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또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면서 "저도 이제 마흔인데 (최)형우 형처럼 나이와 싸우겠다. 형우 형보다 좀 더 오래하는 걸로 제 목표를 설정하겠다"며 웃었다.
실제로 보면 더 크고, 더 묵직한 골든글러브 트로피만 10개째다. 양의지는 "서울로 이사왔을때, 창원보다 집이 작아져가지고 창고에 넣어놨다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꺼내놨다. 집에 손님들이 오시면 구경도 시켜드리려고 예쁘게 전시를 해놓은 상태다"라고 이야기 했다.
10번째 트로피를 전시할 공간을 비워놨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비워놨고요. 아직 자리가 많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