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대표팀, 사무라이재팬은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다르빗슈 유,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이마나가 쇼타, 마쓰이 유키, 요시다 마사타카, 곤도 겐스케, 오카모토 가즈마,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활약하던 투타 최고 선수들이 모여 14년 만의 정상 복귀를 이끌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소집 직전에 부상으로 이탈한 스즈키 세이야의 유니폼을 더그아웃에 걸고 미국과 결승전에 임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던 요시다는 스프링캠프에 있다가 일본으로 이동해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맏형' 다르빗슈는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캠프 대신 그해 2월 미야자키 소집 훈련 첫날부터 합류했다. 주장을 안 둔 대표팀에서 정신적 기둥 역할을 했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최고 전력을 구성하기 위해 대회가 열리기 1~2년 전부터 부지런히 미국을 오가며 메이저리거들과 소통했다. 오타니와 다르빗슈는 구리야마 감독과 니혼햄을 매개로 연결돼 있다.
그새 야마모토와 사사키(이상 LA 다저스), 이마나가(시카고 컵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오카모토와 무라카미는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최고 투수로 도약한 이마이 다쓰야도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협상 중이다.
스즈키는 시카고 컵스 중심타자로 '32홈런-103타점'을 기록,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는 소속팀의 주축 선발투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10승을 올린 베테랑 스가노 도모유키(36)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은데 대표팀에서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이전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 선수 풀이 두터워졌다. 일본야구의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
WBC 연속 우승이 목표인데, 2023년과 조금 다른 분위기다. 일부 메이저리거들의 대표팀 합류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50)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표팀 참가 작업이 정체 상태라고 밝혔다. "진전된 게 없다"고 했다. 1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진행 중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취재진을 만나 현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오타니가 일본인 메이저리거 중 유일하게 참가를 공식화했다. 그가 지난 대회처럼 투수로도 나설지 불투명하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 6월 마운드에 복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대표팀 엔트라가 달라진다. 30명 중 15명을 투수로 선발한다.
야마모토와 사사키는 소속팀 LA 다저스와 협의 중이다. 메이저리그 2년차에 '슈퍼 에이스'로 올라선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까지 무려 '211이닝'을 던졌다. 다저스 구단이나 데이브 로버츠 감독 입장에선 WBC 출전을 허락하기 어렵다. 대회가 개최되는 3월은 개막에 맞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시기다. 이바타 감독은 이마나가와 스즈키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참가가 확정되지 않아 대표팀 구성 작업이 멈췄다. 이바타 감독은 "올해 안에 답을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부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시행 중인 피치클락이 도입된다. 아무래도 일본 국내리그 선수들은 피치클락이 낯설다. 이바타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이런 환경에 익숙해 유리하다고 했다. 일본대표팀은 내년 2월 중순 미야자키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한다.
대회 규정에 투구수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른 시기의 투구수가 부담이 된다. 이바타 감독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긴 이닝을 던지게 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선발투수를 포함해 3명이 7~8회를 소화하고 구원진에 넘기는 구상이다.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할 경우 소속 구단이 투구수 제한을 요청할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