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토트넘 '리빙 레전드' 손흥민(33·LA FC)의 세상이었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대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의 2025~202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에 앞서 홈팬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손흥민은 프리시즌이었던 지난 8월 토트넘과 이별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고별전은 서울에서 열렸다. 영국 팬들과는 작별 인사를 못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둥지를 옮긴 그는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올렸다.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이름값은 여전했다.
손흥민은 MLS 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 팬들을 다시 만났다. 그는 이미 구단 SNS를 통해 "이적을 발표할 때 한국에 있어 런던에 계신 팬분들께 직접 작별을 고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런던을 찾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그동안 10년 넘게 저와 제 가족을 응원해 주신 토트넘 팬분들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으니까요"라며 "아마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이 되겠지만, 저와 클럽 모두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4일 손흥민의 영상 편지도 공개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날 때 나는 한국에서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12월 9일 런던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예정이라 행복하다. 그날은 매우 감정적인 하루가 될 것이다. 곧 만나자"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밤이었다. 회색 롱코트에 검은색 목도리를 한 그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홈팬들은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쏘니(손흥민)가 여기에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함성과 박수가 다시 물결쳤다. 그는 "여러분들이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정말 엄청난 10년 동안의 세월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나는 언제나 토트넘의 일원이 되고 싶다.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언제나 저에게 집과 같은 존재가 될 것??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 저와 항상 함께 있어 주시길 바란다. 언제든 LA를 방문해달라.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했다.
작별 인사가 끝나자 토트넘의 '레전드 수비수' 레들리 킹이 그라운드로 나와 토트넘의 상징인 수탉 모양의 트로피를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손흥민의 표정은 감정에 벅찬 듯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재활 중인 제임스 매디슨 등이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포옹으로 '석별의 정'을 나눴다.
공식 행사를 마친 손흥민은 관중석에서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토트넘은 3대0으로 완승하며 손흥민에게 더 큰 추억을 선물했다.
손흥민이 직접 선택한 벽화도 공개됐다. 토트넘은 팬 자문위원회와 협력해 토트넘 하이로드에 손흥민의 유산을 기리는 벽화 작업을 마쳤다. 벽화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손흥민의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와 태극기를 허리에 두르고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든 모습이 담겼다. 2015년 여름 토트넘에 둥지를 튼 그는 토트넘 역사를 바꿔놓았다. 역시 최고는 우승 환희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의 흑역사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손흥민이 주장으로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컵을 선사했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이후 17년 만의 환희였다. 유럽대항전은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2020년 번리전 72m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1~2022시즌에는 EPL 골든부트(득점왕·23골)를 거머쥐었다. EPL 득점왕과 푸스카스상 모두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EPL에선 127골 71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도 치명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둘은 47골을 합작했다. EPL 역대 공격조합 부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손흥민을 만나자 마자 이별한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그를 만나서 기뻤다. 경기 직후에 그를 봤다. 그가 받은 환대가 정말 기뻤다. 마땅한 환대였다"며 "토트넘의 레전드, 진정한 토트넘 레전드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정말 기뻤다. 손흥민은 행복해 보였고, 잘 적응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토트넘 공식 SNS에는 벽화는 물론 손흥민이 매디슨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로메로, 히샬리송, 벤 데이비스 등과 재회하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토트넘의 또 다른 레전드 가레스 베일도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토트넘에서 보낸 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 클럽에서 마지막을 우승 트로피로 장식하는 선수는 흔치 않아. 너는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야. 오늘 밤을 즐기길 바랄게. 네가 받는 모든 찬사는 당연해"라며 "나의 친정팀이기도 한 LA FC에서도 행운이 있기릴 바라. 거기서도 트로피를 들 수 있기를 응원할게"라고 미소지었다.
손흥민, 이런 한국 선수는 없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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