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거장' 코니 윌리스 '부디, 크리스마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별의 문 = 잉빌 H. 리스회이 = 손화수 옮김.
열 살 소녀 로냐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보내는 역경과 희망의 이야기.
작품의 배경은 노동자,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노르웨이의 퇴위엔. 가난과 범죄, 약물 문제로 위험한 동네라는 낙인이 찍힌 곳이다.
언니 멜리사,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함께 퇴위엔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로냐의 유일한 꿈은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만해 불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술집에 가느라 어렵게 얻은 일자리마저 잃고. 자매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돌보는 자리에 서야 한다.
가난과 실업, 중독 문제. 너무도 일찍 세상의 비정을 마주한 로냐는 위태로운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를 소망한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친절과 선의가 다가오고 자매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출간과 동시에 노르웨이의 '모던 클래식' 반열에 오른 작품으로, 노르웨이 문학평론가 아스트리 포스볼은 "인간의 선함을 향한 믿음에 빛을 비춰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산책방. 180쪽
▲ 부디, 크리스마스 = 코니 윌리스 = 김세경·신해경·이주혜 옮김
미국 SF 작가 코니 윌리스가 쓴 소설 중 크리스마스에 관한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코니 윌리스는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등 역사상 가장 많은 메이저 SF 문학상을 받은 거장으로 불린다.
수록작 가운데 '에밀리의 모든 것'은 인공지능(AI) 로봇 소녀 에밀리에 관한 이야기다.
에밀리는 "누구도 해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을 가지지 않도록 설계된 존재"였지만, 남몰래 뉴욕의 상징인 '로켓 무용단' 단원이 되길 꿈꾼다.
인간보다 인간적인 에밀리의 순수함과 열망은 브로드웨이의 전설인 클레어 하빌랜드의 마음을 움직이고, 크리스마스 전야에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작품집에는 크리스마스 유령이 찾아와 벌어지는 소동극 '기적', 미스터리 소설 '고양이 발 살인 사건', 로맨틱 코미디 '절찬 상영 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수록됐다.
크리스마스 특유의 설렘과 쓸쓸함을, 유머 감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버무려 낸 선물 세트 같은 책이다.
아작. 7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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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