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년 15억원 조건을 걷어차고 나왔는데 현실은...
'제2의 김민식' 사태가 벌어지는 건가.
이번 비시즌 두산 베어스에서 충격적인 옵트아웃 사건이 있었다. 간판 타자 김재환의 '셀프 방출'에 이은 전격 SSG 랜더스행. 계약시 포함을 시킨 규정 안에서 움직인 거라 하지만, 충격이 컸다. 그나마 30억원의 몸값을 22억원으로 줄여 팀을 옮겨 '잠실구장 압박감'에 힘겨웠다는 명분을 입증하기는 했다.
김재환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선수가 또 있었으니 투수 홍건희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2+2년 총액 최대 24억5000만원 계약을 체결했다.
+2년은 선수 옵션이었다. 어느정도 성적만 유지가 됐으면 매우 유리할 수 있었다. FA 신분은 아니지만, 비FA 다년 계약 제도가 있기에 시장에서 다시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것도 FA 보상 없이 말이다. 그렇게 홍건희는 남은 2년 총액 15억원의 조건을 걷어차고 시장에 나왔다. FA와 다른 점은, 이 결정을 한 후 두산으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있게 나오기에는 올시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20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6.19. 개막을 앞두고 당한 부상 여파였다. 선수 입장에서는 부상 이후 돌아와 던진 20경기 내용을 봐달라고 어필할 수 있겠지만, 구단들 입장에서는 '또 다치지 않을까'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다. 홍건희도 1992년생으로 내년 34세가 된다. 하필 아팠던 부위가 팔꿈치다. 재발 위험이 높다. 실적 없이 '나 잘할 수 있다'는 말만 믿어달라는 선수측 의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구단은 없다.
물론 시장에서 투수는 늘 귀하다. 하지만 올해는 또 시장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쿼터로 필승조 역할이 가능한 선수들이 줄줄이 들어오니 '굳이 무리해서' 영입할 생각을 하는 팀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영하와 최원준이 경쟁 속 두산 베어스와 좋은 계약을 체결한 건, 그 선수들은 선발이 가능한 자원들이기 때문이었다.
홍건희의 경우 지방팀 한 곳이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팀 고위 관계자가 "만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조상우, 김태훈 등은 A등급 FA 보상 여파가 있다고 하지만 홍건희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상도 없는데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상황이 어렵다는 걸 반증한다.
결국 몸값이다.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2년 15억원을 뿌리치고 나왔으니, 선수는 당연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하고 싶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과감했던 선택은 '대실패'가 된다. 문제는 구단들이 2년 15억원 기준도 지나치게 높다고 결론을 내버리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두산은 홍건희가 간절했다. 하지만 이제 두산은 가지 못한다.
SSG 랜더스 포수 김민식은 2022 시즌 팀 우승 후 주가가 한창 올랐을 때 총액 25억원 다년 계약을 제시받았다. 하지만 당시 포수가 금값이던 시장 상황에 너무 취했던 김민식측은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다음해 FA 신청을 했지만, SSG는 커리어가 거의 비슷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하는 충격 전략으로 김민식을 압박했다. 결국 김민식은 총액 5억원 계약을 하고 말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