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성공을 거듭하며 달려온 시간, 돌아온 건 충격적 결별 소식이었다. 그러나 '서 선생님'은 아쉬움 대신 환희의 기억을 떠올렸다.
중국 매체 주취바오는 22일(한국시각) '서정원 시대 이후 청두는 어떤 모습이 될까'라는 칼럼을 실었다. 최근 청두 룽청 지휘봉을 내려놓은 서 감독이 거둔 성과와 그가 물러난 뒤 청두에게 주어질 과제를 짚었다.
서 감독은 2020년 12월 당시 갑급리그(2부) 소속이던 청두 지휘봉을 잡았다. 데뷔 시즌인 2021년 4위를 기록하며 나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서 슈퍼리그 승격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성공의 연속이었다. 1부 승격 첫 해였던 2022시즌 잔류 목표를 훨씬 뛰어넘은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도 4위에 오르며 슈퍼리그의 신흥 강호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역대 최고 성적인 슈퍼리그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창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진출을 이끌어냈다.
거듭된 성공의 반작용이었을까. 중국 매체들은 올 초부터 서 감독이 청두와 갈등을 빚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실상은 청두가 서 감독을 돕던 코칭스태프를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선수 보강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었지만, 문제의 원인을 그에게 돌리는 식이었다. 급기야 서 감독이 폭발했다. 지난 7월 원정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단이 코치진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의무 트레이너, 통역을 경질하고 나머지 코치 계약도 3월에 와서야 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많은데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선수 이적, 임대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구단이 다 알아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팀을 지휘할 수 있나"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구단이 코치진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빨리 결정해줬으면 좋겠다. 바깥에서 비겁하게 음해만 하지 말고 만나서 정확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며 "팬들께 우승컵을 빠른 시일 내에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6개월 동안 참아왔다. 이 팀은 망가져 있고 썩어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 감독의 발언은 중국 내에서 큰 논란이 됐고, 청두 구단은 급히 성명을 내 '서 감독의 발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매체들은 서 감독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는 등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럼에도 서 감독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면서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청두는 서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하는 듯 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9일 결별을 발표하면서 서 감독의 청두 시대도 막을 내렸다. 소식이 전해지자 청두 팬들은 구단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팬들은 서 감독 퇴임이 발표된 19일 청두 시내 대형 LED스크린을 빌려 '1813일 밤낮으로 팀을 지켜주고 헌신해주신 서정원 선생'이라는 글귀를 올리기도 했다.
주취바오는 '팬들 사이에 서 선생님으로 불렸던 한국인 감독은 지난 5년 간의 영광을 뒤로 하고 청두를 떠났다'며 '승격과 상위권 도약, ACLE 진출까지 서 감독은 팀에 불굴의 정신을 심었고 청두 지역 문화와 연결시켰다. 비록 계약 문제와 내부 갈등 속에 물러나게 됐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서 감독의 퇴임은 청두의 한 시대 마감이자 재건의 기로'라고 적었다. 이어 '슈퍼리그 승격 첫 해 누구도 기대를 걸지 않던 상황에서 초반 8연패를 딛고 5위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팀의 도약을 이끈 건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서 감독과 청두 선수단이 만들어낸 수많은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은 팀의 성장과 성숙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 감독은 퇴임 발표 후 청두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일과 아쉬운 일, 그리고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무었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창단 첫 해 슈퍼리그 승격을 이룬 것과 지난해 ACLE 진출권을 확보한 날을 가장 잊을 수 없는 일로 꼽았다. 팬들과 함께 아시아 무대에 서겠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홈구장이 항상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걸 가장 자랑스런 일로 꼽았다. 아쉬웠던 일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 감독은 "축구는 국경, 언어, 인종을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멋진 스포츠다. 내가 처음 중국에 발을 디디고 팀을 이끌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것을 쏟아붓고자 했다. 비록 언어는 달랐지만, 선수들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내게 큰 자부심이었다. 나는 비록 청두를 떠나지만, 큰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주취바오는 '서 감독 재임 시절 청두는 성공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전술 뿐만 아니라 팀 구성 재편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 감독이 남긴 유산을 이어 받는 걸 넘어 발전시키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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