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 대통령, 의대 신설 약속 이후 급물살…1년간 설립 방식두고 '혼선'
대학 통합 극적 합의 후 순천대 학생들 반대로 통합 무산 가능성까지 대두
(무안=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도가 추진 중인 통합국립의과대학 설립이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투표 부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월 목포대와 순천대가 '단일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 합의한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립의대 신설 약속'이 이어져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전남도 주도의 통합의대→단독의대→공모용역→통합대학 등 설립방식을 놓고 혼선을 겪었다.
이후 목포대와 순천대가 극적으로 통합에 합의했으나 순천대 학생들의 반대로 통합대학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24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목포대와 순천대는 22∼23일 교원, 직원·조교, 학생 등 3개 직역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한 결과 순천대 학생들의 60.7%가 반대해 통합 찬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순천대는 직역 모두 찬성률 50% 이상을 기록할 경우에만 찬성으로 간주하기로 해 통합에 대한 구성원 의견을 반대로 최종 판정했다.
목포대에서는 세 주체 모두 절반을 넉넉히 넘겨 찬성했다.
대학 통합이 부결되면서 2027학년도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전남도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전남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어 의대 신설을 추진해왔으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991년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의대 설립을 추진한 지 33년 만인 지난해 1월 목포대와 순천대는 '전라남도 공동 단일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 합의한 데 이어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의대 신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김영록 전남지사가 의대 신설을 건의하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3월에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국립의대 신설을 약속했다.
이에 전남도는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 의대안을 정부에 신청했으나 순천대 등이 반대하고 나서자 보름 만에 공모를 통한 단독의대 추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남도는 단독의대 추천을 위한 공모에 착수했고 10억원을 들여 주관 용역사를 선정했다.
그러나 순천지역을 중심으로 공모 반대 여론이 격화되면서 용역기관은 국립의대 1곳과 대학병원 2곳을 설립하는 추천안과 함께 공동의대 설립도 제시했다.
결국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두 대학에 통합 시한을 공지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공모를 통해 단수 대학을 추천하기로 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지난해 11월 15일 의대 공모 시한을 넘기지 않고 극적으로 대학 통합에 합의했다.
두 대학은 동등한 조건을 바탕으로 대학을 통합하고 의과대를 설치해 전남 동·서부 주민 모두에 의료 기본권을 보장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측은 2026년 3월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통합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으며 교육부의 심사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광주를 방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이 회동을 갖고 '2027년 개교·정원 100명 이상'에 '합의'했다고 전남도가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기류가 읽히면서 '전남도의 언론플레이' 논란도 낳았다.
급기야 순천대 학생들의 반대로 양 대학의 통합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전남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내년 1월 중순까지 대학 구성원들의 재투표를 거쳐 통합 찬성 기준을 넘어서면 일정대로 대학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며 "대학 통합의 정당성을 설명해 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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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