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공짜밥에 환호하던 중국몽은 물거품이 되는 걸까.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발표한 네이션스리그 출범이 빨라야 3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동방체육일보는 24일(한국시각) 'AFC네이션스리그는 아무리 빨라도 2028년, 심지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AFC가 네이션스리그 출범을 발표할 때만 해도 중국은 환호로 물들었다. 그동안 영양가 있는 A매치 일정을 잡지 못해왔으나, 네이션스리그가 시작되면 아시아 수위권 팀과 정기적인 매치업이 보장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실체가 문제였다. AFC는 네이션스리그 출범 계획만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앞서 네이션스리그를 출범시킨 유럽, 북중미와 너무나도 다른 상황 때문. 영연방, 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붙어 있는 유럽은 지리적으로 이동 문제가 크지 않다. 북중미 역시 섬 국가들 간 거리가 멀지 않고 대부분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구성이기 때문에 이동, 차출 문제에서 네이션스리그 운영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동-서만 10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하고 남반구 호주는 중동에서 그 이상의 이동 시간이 소요되는 광활한 아시아 대륙에서 과연 네이션스리그 일정을 어떻게 짜고, 그룹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기존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을 네이션스리그와 통합해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권역별로 그룹을 나누게 될 경우, 이 역시 형평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난제로 꼽혀왔다. AFC가 네이션스리그에 참가할 회원국에 과연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도 문제다.
동방체육일보는 '아시아 대륙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네이션스리그는 적어도 2030 월드컵 이후에나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보내는 전성기가 6~7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축구협회가 마냥 네이션스리그만을 바라보며 방만한 태도를 취한다면 또 한 세대를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은 쑨지하이, 정쯔 등 해외파 선수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 지휘 하에 사상 첫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10년엔 이른바 '축구 굴기'를 모토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슈퍼리그 규모를 급격히 확장했고, '황사머니'를 앞세워 유럽-남미 스타급 선수들을 수집하는 데 열을 올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르첼로 리피 등 유럽 출신 명장들까지 긁어 모으면서 축구 발전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중국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와 국내 선수들의 미미한 발전 속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슈퍼리그 규모는 급격히 축소됐고, 이제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성장하는 동남아권팀들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했으나, 데얀 주르예비치 감독 대행 체제로 나섰던 7월 동아시안컵 이후에는 A매치 일정마저 잡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중국은 앞서 1월마다 유럽-아프리카 팀등을 초정해 이른바 '차이나컵'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A매치 주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기에 각국이 2진급 선수단을 내보내면서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도 나름대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유럽-남미 강팀과 A매치를 추진해왔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전료'에 관심을 가질 뿐, 실질적인 평가 기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AFC네이션스리그는 이런 중국 축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졌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