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한 번도 애를 태우지 않고 계약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메이저리그 간판선수들은 FA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아주 큰 돈을 만지려면 시장에 나가는 게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뛰고 있는 팀에 남아 커리어를 마치겠다는 선수는 드물다. '원클럽맨'이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돈은 좀 덜 받더라도 자신이 메이저리거로 나고 자란 팀에서 평생을 받치겠다는 선수가 나타나면 화제다.
최근 메이저리그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꼽히는 선수가 원클럽맨을 선언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3루수 호세 라미레즈가 구단과의 계약을 4년 연장했다.
기존 계약에 남은 3년과 합치면 7년 계약이다. MLB.com은 '라미레즈가 가디언스에서 39세까지 보내는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며 '2022년에 맺은 7년 계약에서 남은 3년 6900만달러를 합쳐 2032년까지 7년 동안 총 1억75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기존 계약에 4년 1억600만달러를 붙였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이렇다. 연봉 구성을 매년 균등하게 2500만달러로 하되 그중 1000만달러는 지급유예로 묶어 2036년부터 7년간 나눠받는다. 지급유예분이 총 7000만달러가 되는 것이다.
트레이드 거부권도 갖고 있고, 각종 수상에 대한 보너스도 마련됐다. 또한 올스타전에 출전할 경우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원정경기 때 특별 호텔 숙박권도 주어진다.
라미레즈의 클리블랜드 사랑은 유명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17세이던 2009년 11월 국제아마추어 FA 신분으로 클리블랜드에 입단해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던 그는 2016년 첫 풀시즌을 보내며 타율 0.312, 11홈런, 76타점, 22도루, OPS 0.825를 마크했다. 그해 AL MVP 투표에서 득표까지 한 라미레즈는 2017년 처음으로 올스타에 뽑히고 3루수 부문 실버슬러거도 차지한다. 152경기에서 타율 0.318, 29홈런, 83타점, 17도루, OPS 0.957의 성적.
2019년 시즌 후반기 오른손 유구골 골절상을 입어 한 달간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걸 제외하면 2016년부터 매년 규정타석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13년 동안 IL 등재는 그 한 번 밖에 없었다.
2020년에는 17홈런, 46타점, OPS 0.993으로 MVP 투표 2위까지 올랐고, 2021년 이후로는 매년 올스타전에 나갔다. MVP 투표에서도 늘 상위권 단골이 됐다. 2024년에는 40-40에 버금가는 39홈런-41도루를 했다. 지난해에는 15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593타수 168안타), 30홈런, 85타점, 103득점, 44도루, OPS 0.863을 마크했다. 33세인 지금도 전성기다.
통산 타율 0.279, 285홈런, 287도루, 666볼넷, 802삼진 등 파워, 정확성, 스피드를 고루 갖춘 MVP형 타자가 클리블랜드에서 뼈를 묻기로 한 것이다.
평균연봉(AAV) 3000만달러 이상을 타자들이 수두룩한데 라미레즈는 한 번도 욕심내지 않았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장 장기계약이다. 첫 장기계약은 2017년 3월에 맺은 5년 2600만달러이고, 2022년 4월에 7년 1억4100만달러에 또 계약을 연장했다.
FA 최대어 카일 터커가 최근 LA 다저스와 4년 2억4000만달러에 계약했다. AAV가 무려 6000만달러로 이 부문서 오타니 쇼헤이, 후안 소토를 제치고 1위가 됐다. 그는 최근 2년 연속 부상에 시달렸고, 시즌 30홈런을 넘긴 적도 없다. 두 번 외야 골드글러브를 받았으나, 수비력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훌륭한 선수이기는 하나 최고는 아니라는 소리다. 최근 5년간 bWAR을 비교하면 라미레즈에 딱 한 번(2024년) 앞섰을 뿐이다. 물론 4살이 어리다는 게 강점이기는 하나, 라미레즈의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저스가 이를 신경쓸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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