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입밖으로 내뱉어서, 그걸 저와의 약속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SSG 랜더스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승3패로 아쉽게 탈락한 후. 베테랑 타자 최정이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이 자리에서 최정이 이숭용 감독에게 한 이야기는 "감독님. 내년에 저를 더 막 굴려주십시오. 노예처럼 부려주셔도 괜찮습니다"였다. 다소 쇼킹한(?) 이야기지만, 이숭용 감독은 "정이가 원래 먼저 찾아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내심 조금 놀랐다. 그러면서도 고맙기도 했다. 작년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반드시 만회해보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정에게 감독실에 불쑥 찾아간 이유를 물었다.
최정은 "심플하게 이야기해서, 그냥 한 시즌 동안 죄송한 마음이 엄청 컸다. 일단은 개막전도 못나가지 않았나. 감독님께 자신 있다고, 저를 믿어주시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고 안지키고를 떠나서 아예 정상적으로 시작조차 못했다. 그래서 죄송한 게 컸다"면서 "감독님께 그렇게 이야기 한 이유는, 그렇게 말을 뱉어야 제 스스로 더욱 독하게 약속을 지킬 것 같아서다.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면 안지킬 수 없지 않나. 이미 뱉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자신과의 약속처럼 감독님께 말씀을 드린 거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숭용 감독에게 한 약속이자, 자기 자신과의 확고한 약속이었다. 마음 속으로만 각오를 하면 스스로 타협을 할 수도 있으니, 입 밖으로 꺼내서 아예 주워담을 수도 없게 만들겠다는 독한 의지다.
최정은 "저는 진짜 올해 개막전부터 정상적으로 나가서 정말 야구 기계처럼, 로봇처럼 해보자는 걸 다짐했다"고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답했다.
사실 지난해 광주 KIA전 시범경기 훈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은 자신의 실수였다는 최정이다. 그는 "그날 정말 추웠다. 공을 잡아주다가 미끄러졌는데, 몸이 안돼서 터진 게 아니라 제대로 다리를 멈추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면서 "작년에 한동안 후유증이 남아있었고, 지금도 약간은 좀 남아있긴 하다. 누가 엉덩이를 뻥 찼을때 얼얼한 느낌 같은 게 남아있긴 한데 큰 문제는 없다. 시즌 끝나고 검사도 받았는데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깨끗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정의 2026시즌 각오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는 "지금 저는 무슨,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냥 매일, 매 경기 전광판에 제 이름을 계속 올릴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목표다. 그게 올해 저의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예를 자처한 베테랑 타자. 통산 518홈런 '레전드'도 이렇게 매 경기가 간절하다.
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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