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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구장 앞 마당에는 짐보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8t짜리 대형트럭이 짐을 실었다.
16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한화 선수단의 짐을 미리 공수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운반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한화 운영팀 정은욱 과장은 "예년에 비하면 짐의 양이 크게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와이 전지훈련에 비하면 절반 정도로 대폭 감소시킨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업그레이드된 전지훈련지 사정과 고유가시대 때문이다. 지난해 하와이의 경우 체육공원 같은 곳에 운동장 시설만 덩그렇게 놓여 있는 곳이어서 한국에서 챙겨가야 할 장비가 그 만큼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둥지를 트는 애리조나주 투산시의 키노콤플렉스는 전지훈련의 요람이다. 선수들 라커룸과 샤워실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국내 구장보다 훨씬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훈련 장비 쯤은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 특히 해외구단의 훈련 전문 시설인 까닭에 한국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아시아마켓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게 정 과장의 설명이다.
한국사람이면 해외 어디를 가나 꼭 챙겨야 하는 김치, 고추장 등 기본 먹거리 등을 국내에서 일일이 챙길 필요가 없게 됐다.
여기에 한화 구단의 이번 수송작전에는 '오버차지(항공초과수하물 비용)'를 피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최근 국제적인 석유가 인상으로 인해 '오버차지' 부담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수들 사인볼로 답례를 하고 수하물 중량을 경감받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규정이 엄격해져 이마저 통하지도 않는다. 짐을 최대한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챙겨가야 할 것은 챙겨야 한다. 이날 8t 트럭에 실린 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선수 개인별 보따리다. 간단하게 손으로 들고 탑승할 수 있는 짐을 제외한 방망이, 글러브, 훈련복 등 모든 짐을 대형 여행가방에 각자 챙기도록 했다.
구단에서는 아무래도 필수 먹거리인 김치를 놓고 갈수는 없어서 100kg 정도는 챙겼다. 충격파 치료기, ICT(저주파자극기) 등 응급 치료장비 역시 소중히 다뤄야 할 장비들이다. 파손 방지를 위해 특수금속으로 제작된 하드케이스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붕대와 의료용 테이프, 소독약 등 비상 상비약도 챙겼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다. 부족한 것은 현지 구입이 가능한 데다, 상비약보다 더 전문적인 의약품이 필요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차라리 귀가조치 시키는 게 낫기 때문이란다.
뭐니 뭐니 해도 한화의 화물 목록 가운데 결코 빠뜨리면 안되는 '보물 1호'는 따로 있다. 야구공이다. 미국과 한국 공인구는 엄연히 다르다. 미국 공인구는 한국 것보다 더 미끄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새 공에 흙을 묻혀서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반발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특히 투수들은 공 둘레가 1㎜만 달라져도 차이를 크게 느낀다. 국제대회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미국 현지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특히 박찬호와 김태균 등 한국 공인구 적응이 절실한 선수들이 있어서 한국 공인구를 반드시 구입해야 했다. 그래서 한화는 한국 공인구 400여 상자를 준비했다. 1상자에 12개가 들어있으니 5000개를 여유있게 챙겼다.
여기에 경비 절감 효과도 있다. 미국 볼은 개당 2만원 정도로 납품가가 6000원인 국산보다 3.3배나 비싸다. 연습 도중 파손되는 분량을 감안해 미리 넉넉하게 챙겨두는 게 돈도 아낄 수 있다.
팩소주 몇 상자도 짐보따리 한켠을 차지했다. 선수들 먹이려고 챙겨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선수단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하는 구단 프런트들에게 객지에서 소주 만한 벗이 없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