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용병 알렉스와 계약 안한다

기사입력 2012-02-05 11:12


"저 상태로는 쓸 수 없다고 봐야죠."

5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의 KIA 스프링캠프. 고민하던 KIA 선동열 감독은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기대의 끈을 완전히 놓았다는 증거다. 전날 캠프에 도착한 김조호 단장 역시 잠시 표정이 굳었다. 이날 KIA는 좌완 용병 알렉스 그라만(35)을 퇴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1월16일 계약을 발표한 지 불과 20일 만에 조기퇴출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퇴출'이라기 보다는 메디컬테스트 탈락에 따른 계약 무산이다. KIA는 이날 지금까지 알렉스와 계약을 완전히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참가시켜왔다. 훈련을 시켜보면서 구위와 몸상태를 면밀히 체크한 뒤에 계약을 맺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알렉스는 엄격한 선 감독의 눈높이를 통과하지 못하고 말았다.

가장 큰 원인은 2008 시즌 후 수술을 받았던 왼쪽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2008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하면서 팀 역사상 최초로 30세이브 고지를 밟은 용병이 됐다. 그해 재팬시리즈 우승까지 책임지면서 최고의 활약을 기록한 알렉스는 이후 왼쪽 어깨수술을 받으며 곧바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9경기에 나와 25⅓이닝 동안 2승1패 1세이브, 방어율 4.26을 기록하면서 재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 테스트한 결과 알렉스의 어깨 상태는 여전히 좋지 못했다. 알렉스는 애리조나 캠프가 중반으로 접어든 지난 2일에야 처음으로 불펜 투구를 했다. 공을 던진 시기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각자의 몸상태에 따라 투구 시작 시점을 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컨디션을 조율하고, 어깨에 휴식을 줬음에도 이날 알렉스의 투구는 인상적이지 못했다.

알렉스의 퇴출을 예고하는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 타격훈련을 지도하다가 잠시 불펜 옆에 선 채로 알렉스의 투구를 지켜보던 이순철 수석코치는 "일부러 살살 던지는 건가. 내가 보기에도 좀 약하게 던지는 것 같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이 수석은 투수 부문에 관해서는 엄연히 '비전문가'다. 그래도 오랜 시간 야구에 몸담아왔고, 프로팀 감독을 했던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투수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 있는 '눈'이 있다. 그런 이 수석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으니, '투수론'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로 쳐주는 선동열 감독의 눈에는 어떻게 비췄을 지 뻔하다. 이날의 실망스러운 투구가 결정적으로 선 감독의 마음속에서 알렉스를 지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날 KIA가 최종적으로 알렉스와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시즌 개막 전까지 새로운 용병을 팀에 합류시키는 것이 새로운 숙제가 됐다. 선 감독이 찾는 인물은 당연히 왼손 선발투수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는 오현표 운영팀장은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리스트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중 최종 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빨리 새 용병 영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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