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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런 것은 아니고 주기적이다. 고된 훈련 스케줄 끝에 1주일에 한두 번 휴식시간이 주어질 때면 나타나는 장면이다.
연출자는 돌아온 거포 김태균을 비롯해 최진행과 이여상이다. 이들은 요즘 쉬는 시간을 얻으면 숙소 호텔 근처 잔디밭의 양지바른 곳에 도란도란 모여 뭔가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지에서 이를 목격한 오성일 홍보팀장은 "명절날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이들이 모여서 노는 것 같다"면서 "다 큰 어른들이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전했다.
처음엔 좌충우돌하더니 지금은 제법 능숙한 조종솜씨를 뽐내며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으기도 한단다.
김태균 등 '조종사 3총사'가 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해외 전지훈련지에서 금쪽같은 휴식시간에 왜? 난데없는 장난감 삼매경일까. 구단 프런트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한화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키노콤플렉스는 약간 과장하면 유배지나 다름없다. 이 곳은 오직 야구와 운동을 위한 시설 뿐이다. 호텔과 연결된 리조트가 있기는 하지만 골프장 위주로 운영된다.
딱히 구경할 만한 관광명소나 찾아볼 만한 위락시설이 없다. 오로지 운동만 하고 지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그러니 선수들은 휴식시간을 얻는다고 해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정 안되면 삼삼오오 모여 카드놀이라도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한화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들다.
한대화 감독이 가장 할 줄 모르고, 좋아하지 않는 '잡기'가 바로 포커같은 카드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휴식시간을 마냥 방 안에 틀어박혀 보내기는 아쉽다. 그래서 김태균 등 3총사가 찾아낸 게 무선조종 헬기였다. 호텔 근처 선물용품점에서 각각 150달러를 주고 한 개씩 장만했단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한 달동안 애리조나에 머무는 동안 갖고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들 3총사는 위안거리를 찾았다고 치자. 다른 선수들은 쉬는 시간 뭘하고 버티는지 프런트들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나이대에 따라 '온천파'와 '방콕파' 등 두 가지 계파로 나뉘었다.
주로 류현진 등 젊은 선수들은 호텔 내 부대시설로 갖춰진 스파(온천시설)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훈련으로 뭉친 근육을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무래도 젊은 혈기라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 것은 지겹고 뭐라도 활동할 것을 찾은 게 스파와 수영장이란다.
반면 신경현 등 고참 선수들은 방 안에 콕 드러누워 잠을 충분히 자는 것으로 피로를 푼다. 오 팀장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피로가 빨리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종일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휴식날 한화 숙소의 복도는 왁자지껄한 게 아니라 고요하다. 형님들 주무시는데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한화 선수단에는 다른 팀에 비해 젊은 선수가 많은 편인데도 의외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훈련 관련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와 김태균이 한국야구 분석을 위해 관련 동영상을 항상 관찰하는데 아마 후배 선수들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