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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정권'의 '모범장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KIA 선수들을 처음 마주한 느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느낌이었다. 갖고 있는 능력들은 충분히 뛰어난데도 그것들을 마음껏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팀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침체 분위기를 눈치챈 선 감독은 '냉정주의'을 버리고 '온정주의'를 채택했다. 선수 개개인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지어줬고, 한 가지 잘한 점이 있으면 즉각 "그래 그거 아주 좋네"라며 기운을 북돋아줬다.
물론, 칭찬만 해준 것은 아니다. 선 감독은 지난 11월에 치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투수 개개인을 붙들고, 장점을 살리는 맞춤 지도를 했다. '칭찬'과 '맞춤형 지도'의 효과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서서히 그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 2일(한국시각), 김희걸이 불펜투구를 했다. 김희걸의 맞은편으로 18.44m 떨어진 곳에 앉은 포수는 미트를 거의 움직이지 않은채 공을 받고 있었다. 김희걸이 던진 공은 애초 포수가 요구한 곳으로 족족 틀어박혔다.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선 감독이 말했다. "뭐가 달라졌는 지 알겠어요? 백스윙이 간결해지니까 제구력이 잡힌 겁니다. 보는 사람이 얼마나 즐겁습니까. 투수도 저렇게 던지면 힘이 하나도 안들어요". 미야자키 캠프에서 선 감독은 김희걸의 너무 큰 백스윙을 바로 잡았다. 그 결과가 제구력의 진화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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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투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를 이순철 수석코치에게 맡겼다. 각자의 전문분야를 최대한 살리고자 한 배려였다.
그로인해 이 수석의 임무는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그 효과는 크다. 선 감독이 선수단 전반과 투수에 대해 집중하는 동안 이 수석은 이건열, 박철우 타격코치와 함께 야수들의 화력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 수석의 대표적인 모범장학생은 바로 내야수 이현곤이다. 이현곤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타자다. 2007년 타격왕(타율 0.338)을 차지한 뒤로 3할은 커녕, 4시즌 동안 단 한차례도 2할7푼 벽도 넘지 못했다. 그간 KIA 지도자들은 이같은 이현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렸지만, 누구도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난제에 이 수석이 도전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매우 희망적인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 수석은 이현곤의 문제를 흔들린 타격폼과 너무 강한 손목힘에서 찾았다. 폼이 무너진 채로 손목의 힘만을 앞세우다보니 타구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일단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현곤은 스프링캠프 연습타격에서 스프레이히터의 면모를 되찾았다. 지난 3일 오전 조기특타조에 편성된 이현곤은 좌완인 문희수 코치가 던지는 공을 정확히 우→좌→중의 순서로 쳐냈다. 몸쪽 공은 가볍게 당겨 날리고, 바깥쪽 공은 결대로 밀어친 결과다. 두 번 연속으로 같은 방향을 향한 타구가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2007년 좋았을 때의 폼을 거의 회복한 결과다. 작년에는 아무리 힘을 줘도 타구가 내야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진다. 올 시즌 상당히 기대가 된다"며 흡족해했다.
물론, 스프링캠프의 페이스로 시즌 성적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로 인해 KIA선수들이 '발전'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김희걸이나 이현곤은 그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선동열-이순철 효과'는 분명 KIA를 바꿔놓고 있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