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본 이대호, 완벽한 '오릭스맨'이었다

기사입력 2012-02-20 09:02


오릭스의 4,5번 타자를 맡고 있는 이대호와 T-오카다가 19일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전에 앞서 배팅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사실 롯데 유니폼이 다른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의 모습은 어색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직접 본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유니폼의 디자인, 사이즈가 잘 어울려서일까. 그런 점도 없지 않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대호가 완벽한 '오릭스맨'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새로운 팀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9일 요코하마 DeNA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 구장으로 떠나보자.

이대호의 절친 3총사 T-오카다, 다카하시, 사카구치

이대호는 이날 경기 전 워밍업을 시작으로 티배팅, 좌-우 투수를 번갈아가며 실전배팅을 소화했고 주루, 수비훈련까지 마친 후에야 시합에 출전했다. 이대호는 "전지훈련 중 연습경기라 이렇게 훈련량이 많다"며 덕아웃에 들어와 땀을 닦아냈다.

재미있는 것은 각 훈련마다 이대호의 파트너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단 배팅훈련 때 파트너는 이대호가 오릭스 내에서 가장 호감을 갖고있는 거포 T-오카다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배팅을 지켜보며 많은 얘기를 나눴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가장 친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1회초 이대호가 대기 타석에서 연습을 할 때 다음 타석인 T-오카다가 일찌감치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려 하자 이대호가 이를 제지하며 '자제하라'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모션을 취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들었다.

주루훈련 파트너는 사카구치였다. 이대호보다 2살 어린 사카구치는 오릭스에서 가장 정교한 타격을 자랑한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주루 훈련 파트너가 된 사카구치와 2루에서 만나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연히 밀리는 쪽은 마른 체구를 자랑하는 사카구치였다. 두 사람을 그렇게 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다.

4년 선배인 다카하시에게도 이대호는 넉살 좋은 후배일 뿐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요미우리에서 이적해온 다카하시는 1루수로 이대호의 경쟁자다. 현재는 이대호가 입지를 단단히 굳혀놨지만 다카하시도 이날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등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1루 수비 훈련 때 이대호가 나란히 서있는 다카하시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 네 사람은 이날 경기에서 3-4-5-6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날 훈련에서도 한조가 돼 함께 땀을 흘렸다. 팀의 주축선수들과는 짧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교감을 나눈 이대호였다.


◇오릭스 이대호(왼쪽)가 팀 동료인 다카하시(가운데), 사카구치와 함께 훈련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후배들 챙기는 선배의 모습


이대호는 연습경기를 위해 17일 오키나와 본섬에 들어오며 "어린 선수들이 많아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용병이라고 동료들이 텃세를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은 나에게 고참 대접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나이는 많아도 다른 나라에서 온 용병선수이고, 팀에 합류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대호가 롯데에서 처럼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이 쉽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회초가 끝난 후 공수고대 때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오릭스 1번 슌타가 3회초 공격에서 2사 2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슌타는 1루를 지나쳐 아쉬워하고 있었다. 93년생으로 지난해 오릭스에서 데뷔해 주로 대주자로 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카다 감독의 눈에 띄어 2경기 연속 1번으로 선발 출전한 슌타로서는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꼭 안타를 치고 싶었을 상황이다.

중견수인 사카구치가 우익수인 슌타의 글러브와 모자를 덕아웃에서 챙겨나갔다. 그런데 사카구치를 뒤따르던 이대호가 그에게서 슌타의 글러브와 모자를 빼았았다. 그리고 1루 근처에서 아쉬워하던 슌타에게 직접 글러브와 모자를 건넸다. 그리고 엉덩이를 두들겨주며 격려하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또 하나 재밌는 일이 있었다. 이대호는 4회초 1사 2루 상황서 일본 데뷔 후 실전에서 첫 안타를 뽑아냈다. 2루 주자는 대주자로 투입돼 도루까지 성공시킨 발빠른 후카에였다. 후카에 역시 지난해 입단한 신인급 선수. 타구가 느려 후카에의 발이라면 충분히 홈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한 탓에 타구 판단을 빠르게 하지 못했다. 유격수에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 후카에는 3루로 뛰다 2루로 귀루하는 모션을 취했다. 그 후 공은 중견수 앞으로 흘러갔지만 후카에는 3루까지 밖에 가지 못했다. 이대호의 첫 타점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요코하마의 연습경기가 19일 오키나와 기노완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4회 교체된 이대호가 자신의 안타때 홈을 밟지 못한 3루주자 후카에와 장난을 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그 후 덕아웃에 들어온 이대호는 후카에에 어깨동무를 하며 '내 타점 내놔'라는 듯한 시늉을 하며 장난을 걸었고 후카에는 밝게 웃으며 미안한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이대호는 "타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 장난으로 후카에에게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시늉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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