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가 극찬한 신재웅, "돌고 돌아 내자리 왔다"

기사입력 2012-02-21 08:51


지난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한 LG 신재웅. 이날 신재웅은 노히트노런을 안타깝게 놓치고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스포츠조선DB

"쓰리케이(3K)라니까요, 쓰리케이."

프로야구 경기 조작 파문이 오키나와를 덮치기 전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11일 주니치와의 첫번째 연습경기 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왼손투수 신재웅은 첫 경기에서 한 타자에게 공 4개씩 던져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첫 경기부터 김 감독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나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김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지난해 2군에서 신재웅을 직접 지켜봤다. 이중 차 코치는 신재웅을 LG 유니폼을 다시 입게 만든 장본인이다. LG 팬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마조니 주니어' 신재웅은 2005 신인드래프트서 2차 3라운드로 LG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 중간계투로 1승 2홀드를 기록한 신재웅은 2006년 스프링캠프서 명투수코치 레오 마조니에게 '메이저리그 선발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마조니의 말이 맞았던 걸까. 선발 데뷔전 역시 충격적이었다.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 신재웅은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뻔 했다. 9회 한화 신경현에게 안타를 허용해 무산됐지만 1안타 완봉승.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더이상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고,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해야만 했다.

신재웅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소리소문없이 방출됐다. 그해 선발 진입을 위해 오버페이스한 탓에 캠프에서 어깨 통증을 느꼈고, 통째로 시즌을 날렸다. 고향인 마산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한 지 1년만에 방출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신재웅은 군복무중 어깨 통증을 이겨냈다. 수술도 없이 재활을 해 극복했다. 김 감독과 차 코치가 신재웅의 재기를 확신했던 이유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서 재활로 이겨내 다시 자기 공을 뿌린다는 것, 웬만한 투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신재웅은 지난해 신고선수 신분으로 LG 2군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따금씩 어깨가 아프기도 했다. 신재웅은 "의식적으로 너무 오버핸드스로로 던지려 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폼이 문제였다"며 작년 시즌을 회상했다.

"변화에 두려워마라!" 신재웅은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메신저에 이같은 문구를 써뒀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야구를 시작하고 내 의견을 고집하는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코치님과 상의 끝에 팔각도를 조금 내렸는데 너무 편하다. 팔각도에 신경을 안 쓸수 있게 됐다"며 "내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지금 결과도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신재웅은 팔각도를 낮추면서 본인은 스리쿼터에 가깝게 팔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디오를 보니, 다른 오버핸드스로 투수들의 팔각도와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압박이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신재웅은 올시즌 당당히 정식선수로 계약했다. 하지만 덤덤했다. 돌고 돌아 원래 있어야할 위치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컸다. 이런 마음가짐은 스프링캠프 호투로 이어지고 있다. 연습경기 6경기 중 절반인 3경기에 나와 팀내에서 가장 많은 12이닝을 던졌다. 선발로 나온 지난 19일 3실점(1자책)하기 전까지는 실점도 없었다. LG 코칭스태프는 신재웅의 페이스가 좋자 투구수를 100개 가까이 끌어올려 선발 테스트까지 마쳤다. 경기 조작 파문으로 뒤숭숭한 LG 캠프에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다.

신재웅은 "요즘 관중이 있으니 등판하면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프로 선수는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선보여야 한다. 이제 무대는 준비됐다. 당당히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서 공을 뿌릴 일만 남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달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불펜피칭 중인 LG 신재웅. 사진제공=LG트윈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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