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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의 홈런포가 터졌다. 하지만 이대호의 홈론 소식은 아직 없다.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대호는 홈런을 못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홈런을 안치고 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야쿠르트전 이대호의 타석을 돌이켜보자. 이대호는 1회초 2번 오비키의 볼넷과 3번 사카구치의 사구로 만들어진 1사 1, 2루의 찬스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투수는 야쿠루트 선발 좌안 아카가와. 아카가와는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투수가 아니었다. 실제 구위나 변화구의 각도 등을 봤을 때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졌자. 이대호가 충분히 욕심을 내볼만한 구위였다.
처음 2개의 공은 모두 바깥쪽에 빠진 직구였다. 아카가와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3구째 밋밋한 슬라이더를 한복판으로 던졌다. 공의 궤적이 눈에 보이는 순간 백네트 뒤에서 경기를 보던 기자는 롯데 시절 시원한 스윙을 하는 이대호를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큰 타구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눈에 잘 보이는 공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4구째 파울을 쳐 볼카운트 2-2로 몰린 이대호는 연속 2개의 볼을 걸러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대호의 볼넷으로 만루찬스가 이어졌고 이어 등장한 T-오카다가 시원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18일 한신전과 요코하마 DeNA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호는 3경기에서 7타석에 들어서 2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3개 볼넷의 공통점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상대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는 것이고 2개 안타의 공통점은 3구째 높은 곳으로 오는 상대 실투를 결대로 밀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연습경기에 임하는 이대호의 자세가 드러난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에게 실전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많은 투수들을 상대해봐야 적응이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대호에게 일본 투수들은 낯설다. 그래서 최대한 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한다. 7타석 중 아웃된 2타석도 모두 풀카운트 승부였다. 다시 말해 7번 중 5번의 풀카운트 승부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리듬을 헤치지 않기 위해 큰 타구에 욕심을 버린 이대호다. 새로운 감독, 동료, 팬들에게 하루 빨리 멋진 홈런포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선수라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개막 전까지는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밀어치는 데 중점을 두고 타격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연습경기도 훈련의 일환일 뿐이다. 홈런포의 달콤한 유혹이 본게임에서 본때를 보여주려는 이대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