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제로', 이대호에겐 '홈런 제로'보다 큰 의미

최종수정 2012-02-26 13:55

경기를 즐기는 듯한 표정이다. 오릭스 이대호가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현의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후속타자 안타때 2루에서 3루로 뛰고 있다. 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홈런 제로(0). 하지만 삼진 제로라서 스트레스도 제로인 것 같다.

오릭스 이대호가 일본에서 실전에 참가한 뒤 여태 삼진이 한차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이대호가 25일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한 사실을 언급하며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자체청백전인 홍백전까지 포함해 25일 현재까지 실전에서 12타수 9안타, 타율 7할5푼을 기록중이라고 보도했다.

타율이 높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실은 이보다 더 중요한 기록이 있다. 지금껏 실전 7경기에서 모두 15차례 타석에 섰는데 삼진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대호를 상대하는 일본 투수들은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외국인타자의 기를 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절대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25일 세이부전에서도 이대호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이대호는 2008년 재팬시리즈 MVP 출신인 세이부의 기시 다카유키로부터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선 세이부의 에이스인 와쿠이 히데아키와 상대했다. 시작부터 볼카운트 2-0으로 몰렸지만, 이대호는 4구째 슬라이더를 꾹 참아낸 뒤 5구째 낮은 포크볼을 받아쳐 직선타로 아웃됐다. 좋은 투수의 유인구가 잇달아 들어왔지만 어떻게든 배트에 맞힌 것이다.

이대호는 본래 한국에서 뛸 때도 삼진이 적은 타자였다. 지난해 570타석에서 삼진 60개를 기록했다. 타석당 삼진은 0.11개. 이는 곧 평균적으로 9차례 정도 타석에 들어서야 한번쯤 삼진을 당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의 경우엔 타석당 삼진수가 0.15개였다. 특히 이대호는 득점권 상황에서의 184타석에선 14삼진 뿐이었다. 타석당 삼진 0.076개였다. 일본에 가서도 이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대호는 아직까지 실전에서 홈런이 없다. 한편으론 낯선 일본 투수들을 줄줄이 만나면서도 삼진이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홈런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면서 툭툭 컨택트히팅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공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 욕심을 내다가 연습경기에서 홈런 한두 개쯤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일본 투수들의 몸쪽, 바깥쪽을 극단적으로 섞어던지는 칼같은 제구력에 적응해야 할 때다. 밀어치는 스윙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규시즌도 아닌데 서두를 일 없다는 여유는 며칠전 "정규시즌 개막 이전까지는 홈런을 기대하지 말아달라"던 이대호의 현지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또박또박 안타를 쳐내면서 일본 투수들의 스타일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이대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난 홈런타자가 아니고 안타를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유인구가 오면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같은 이대호의 태도에 대해 '관록마저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일본 현지에선 언제쯤 이대호의 홈런이 나올까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 시점의 이대호에겐 '홈런 제로'가 아닌 '삼진 제로'가 분명 더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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