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본 김병현, 두 번 놀랐다

기사입력 2012-03-02 11:43


이달 초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넥센 동계훈련 캠프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김병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3월 1일 넥센 히어로즈의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오전 8시40분쯤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비 때문에 이날 오후 1시 예정된 연습경기를 취소한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실외 훈련이 어려워지자 롯데와 넥센 선수들은 가모이케 구장 인근 실내연습장에서 차례로 훈련을 했다. 롯데가 먼저를 훈련을 시작해 넥센 선수들은 1시간 여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훈련장 한 켠에 매트를 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푼 선수는 지난달 27일 넥센에 합류한 김병현(33)이었다.

김병현과 함께한 지난 한 달 간 김시진 넥센 감독은 두 번 놀랐다고 했다. 한 달 동안 독불장군같은 '이단아 김병현' 이미지가 사라졌고, 야구에 무섭게 몰두하는 '프로 김병현'을 봤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병현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조금 까탈스러운 성격을 소유한 선수 이미지가 강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여권을 분실했다며,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에는 무적 신분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넥센 선수들은 김병현의 합류를 앞두고 살짝 긴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 한국프로야구 초년생으로 돌아온 김병현은 여러가지 선입견을 말끔하게 깨트렸다.


김병현이 훈련 도중 동료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김시진 감독은 "오히려 김병현이 쭈뼛쭈뼛하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고 농담을 한다. 후배들에게 경험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라커에서 주로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었는데, 넥센에서는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성균관대에 재학중이던 1999년 미국으로 날아간 김병현으로선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을 뛴 선수답게 자기관리가 확실하다. 오전 훈련 2시간 전에 김병현의 훈련 시계는 작동한다.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스트레칭이나 요가로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예열을 한다. 김병현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 보다 몸의 밸런스를 중시한다. 선수단 전체훈련 때는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고, 필요한 부분은 따로 시간을 내 소화하고 있다. 훈련 시간에 늦는 법도 없고, 튀는 법도 없단다. 김시진 감독은 그런 김병현을 야구에 무섭게 집중하는 '야구 중독자'라고 했다.


후배 선수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병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김시진 감독과 김병현은 두터운 신뢰로 얽혀 있다. 둘의 첫 만남은 201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중순 미국에서 돌아온 김병현은 넥센의 홈구장인 서울 목동구장을 찾았다. 무적 상태였던 김병현은 김시진 감독에게 2011년 1월 넥센의 미국 플로리다 전훈캠프(나중에 애리조나로 변경)에서 함께 훈련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훈련의 한계를 느낀 김병현이 김시진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넥센이 미국에 캠프를 차리는 유일한 팀이기도 했지만, 김시진 감독의 선수시절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김시진 감독이라면 자신의 투구폼을 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1년 초 김병현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 입단하면서 넥센 합류는 1년이 늦춰졌다.

김병현은 현재 이틀에 한 번꼴로 불펜에서 50개 정도를 던지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4월 말쯤 김병현을 실전에 투입 생각이다. 라쿠텐 소속이던 지난해 7월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기에,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의 올시즌 목표 승수를 묻자 머뭇거렸다. "투수진의 구심점 역할"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 말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는 것 같다. 선발투수진의 리더,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 김병현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역할은 이미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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