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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와 정반대로 뒤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SK는 8개 구단 중 최정상급의 수비를 자랑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엄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수비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들은 그물망처럼 촘촘한 수비를 믿고, 마음껏 공을 뿌린다. 혹여 외야로 공이 날아가더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지 못하게 하는 수비가 기본이었다. 여기에 야수들은 타석에서 정확한 타격,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 등으로 승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점수를 낸다. SK의 승리공식이었다.
올시즌 첫 경기에서 두 팀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SK가 수준 이하의 수비력을 보인 것은 아니다. SK가 범한 작은 실수에 대비해 LG의 군더더기 없는 수비가 빛났을 뿐이다.
SK의 새로운 시도, 독이 되다
SK는 올시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1루수와 3루수의 수비 위치 이동이다. 1루수와 3루수는 각각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2루수와 유격수 쪽으로 붙는다. 평소 수비 위치보다 2보 또는 3보 정도 안쪽으로 향해있다. SK는 전지훈련 때부터 이와 같은 수비 시프트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이게 패착이 됐다. 1회말 LG는 이대형의 3루타와 이진영의 2루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냈다. 둘 모두 공을 힘껏 잡아당겨 1루 베이스 옆을 관통시켰다. 하지만 SK로서는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수비 위치라면 잡을 수도 있었고, 설사 못 잡더라도 타구를 막아내 장타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1사 후 이대형의 2루타는 1루수 이호준 앞에서 갑자기 낮게 튀었다. 불규칙 바운드. 2루수 쪽으로 붙어있던 이호준은 글러브를 낀 왼손을 뻗어봤지만 공을 낚아채지 못했다. 만약 1루수가 좀더 베이스에 가까이 있었다면, 이상하게 튄 타구를 몸으로라도 막아낼 수 있었다. 잘 던지던 윤희상은 흔들리며 이병규(배번7)에게 볼넷을 내줬고,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최 정의 실책성 플레이까지 이어져 1실점했다.
수비력에서 압도한 LG의 완승
양 팀 유격수 역시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주로 3루수로만 나선 최 정은 유격수 포지션이 낯설다. 전지훈련 내내 유격수 훈련을 받았다고 하지만, 3루수와 유격수는 풋워크부터 글러브질, 송구까지 모두 다르다. 자칫 잘못했다간 멀티포지션이 독이 됐던 지난해의 LG처럼 될 수도 있다.
반면 혹독한 겨울을 보낸 LG 유격수 오지환은 화려한 수비를 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3-1로 쫓기던 7회초 선두타자 조인성의 깊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강한 어깨로 역동작 송구까지 매끄럽게 해냈다. 구위가 떨어져가던 주키치는 오지환의 수비를 보며 포효했고, 이후 유원상-리즈이 매끄럽게 이어던졌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은 "수비 때문에 졌다"고 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았을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에러 2개가 컸다. 최강팀이 되기 위해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평했다.
역설적으로 LG의 수비만 돋보였다.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서동욱의 키스톤콤비는 찰떡 호흡을 보였고, 박용택 대신 나선 양영동도 빠른 발을 이용한 화려한 수비를 선보였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올시즌 두 팀의 수비 맞대결도 볼만 할 것 같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