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투수 이정훈(35)은 엉뚱하게도 지난달 29일 김병현의 시범경기 롯데전 첫 등판 때 화제가 됐다. 부산 원정경기였는데 원정 유니폼을 빠트린 김병현이 선배인 이정훈 유니폼을 빌려 입고 등판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향팀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줄 알았단다. 그런데 2010년 시즌이 끝나고 이정훈은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됐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롯데에 대한 섭섭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정훈은 아쉬움을 모두 마음에 묻었다고 했다.
부산 토박이로 부산에서만 야구를 한 그에게는 이적은 제2 야구인생의 시작이었다. 부산집에 아내와 두 아들 태경(11) 태윤(7)이를 두고 상경했다. 야구도시 부산에서 야구선수 아빠를 영웅으로 알고 있던 두 아들이 눈에 밟혔다.
지난해 9평 남짓한 방에서 살았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올해는 5평짜리 원룸으로 옮겼다.
지난해 넥센 이적 후 시즌 때 두 아들을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이들 방학 때 그의 좁은 원룸은 생기가 넘쳤다.
지난 시즌 44경기에 등판해 52⅔이닝을 던져 3승3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78. 롯데를 떠나면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롯데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0년(3승9패1세이부5홀드, 평균자책점 6.85)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연봉도 8200만원으로 1000만원쯤 올랐다. 그러나 프로 17년차로서 성에 차지 않는 금액이다.
|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11회, 12회 두 이닝을 연속으로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처리했다. 12회초 타선이 폭발해 넥센은 7대4로 이겼고, 이정훈은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훈은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넥센에서 소금과 같은 존재다. 3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17년 프로 경력은 거저 얹어진 게 아니었다.
베테랑이 살아남으려면 구위도 좋아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상대 타자 분석이다. 매경기 등판 대기해야하는 이정훈은 경기 내내 상대 타자의 노림수와 컨디션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올해 이정훈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4km. 그는 "140km 아래로 속도가 떨어지면 상대 타자가 공을 보고 칠 수 있다.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지면 상대 타자가 변화구 하나만 보고 노려치게 된다. 140km대 직구를 유지하면서 상대 타자의 빈틈을 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24일 LG전 12회 초 선두타자 이대형을 바깥쪽에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져 삼진을 잡았고, 마지막 타자 심광호는 바깥쪽 높은 직구로 삼진처리했다. 두 타자의 마음을 읽고 역으로 공략을 한 것이다.
이정훈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올시즌 풀타임으로 뛰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넥센과 2년 재계약을 하는 것이다. 재계약에 성공하면 가족을 서울로 부를 생각이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