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강속구 뿌린 고원준, 졌어도 괜찮다

최종수정 2012-04-27 08:02

26일 대구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 고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공에서 떨어져 나온 로진가루가 석양 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26/

26일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 1회말 롯데 선발 고원준이 마운드에 올라 김상수를 상대로 힘차게 초구를 던졌다. 146㎞. 높게 들어와 볼 판정을 받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프로 1군에서 뛰는 선발투수가 146㎞를 던진 것이 도대체 뭐가 인상적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원준의 경우라면 다르다. "갑자기 변화구 투수로 변해버렸다"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킨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때는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승호 감독이 롯데에 취임해 변화를 준 것 중 하나가 바로 고원준을 마무리로 변신시킨 것이었다. 양 감독은 "넥센 시절부터 직구 구위도 좋고 승부근성도 있었다. 잘 키우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시즌 초반 고원준은 마무리로 나서며 150㎞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를 시원하게 뿌려댔다.

문제는 팀 사정으로 인해 마무리 역할을 오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발로 보직이 전환됐다. 물론 9승을 거두며 롯데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큰 공헌을 했다. 문제는 구속이었다. 특유의 시원한 강속구를 잃어버렸다. 자연히 변화구 구사비율이 높아졌다. 고원준은 당시를 회상하며 "마무리로 시즌을 준비해 계속해 선발로 경기를 뛰니 아무래도 체력이나 밸런스에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며 "구속이 나오지 않으니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올시즌 들어서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12일 잠실 LG전에서 총 98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는 절반이 안되는 41개였다. 최고구속도 142㎞에 그쳤다. 커브와 싱커성 투심을 각각 21개씩 던졌다. 18일 부산 SK전은 더했다. 89개의 공 중 직구는 26개에 그쳤다. 이날은 체인지업이 20개로 많았다. 싱커성 투심 역시 19개였다. 직구 최고구속도 141㎞로 더 떨어졌다.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몸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시범경기를 치를 당시 고원준에 대해 "지난 시즌을 치르며 맞혀 잡는 재미를 안 것 같다"고 얘기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야구계의 용어로 '손가락 장난'을 이용해 타자를 상대하는게 몸에 밴 것이다. 130㎞ 중반대의 싱커성 투심이 유난히 많은 것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젊은 투수가 벌써부터 변화구에 맛을 들이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특히 고원준같이 강속구를 가진 젊은 투수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비록 패했지만 달라진 고원준의 모습은 환영할 만 하다.

고원준은 경기 전인 25일 "시즌을 치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점점 구속이 올라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음날 147㎞짜리 직구를 던졌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직구 구사 비율도 매우 높아졌다. 총 89개의 공 중 54개를 직구로 던졌다. 커브 12개, 슬라이더 12개, 체인지업을 11개 던졌다. 투심에 의지하지 않고 빠른 공으로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채태인과 이승엽에게 맞은 홈런도 결국 느린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려 나온 것이었다.


물론 경기 후 양승호 감독이 "고원준은 더 다음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 처럼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답게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공을 뿌린 모습 자체가 좋았다. 고원준의 주특기인 100㎞의 슬로우 커브도 빠른 볼이 있어야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현재 부족한 부분은 경험을 통해 메우면 된다. 고원준은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어갈 자질을 가진 대형 유망주다. 앞으로도 더욱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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