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사구 맞고도 모르는 척 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2-05-02 11:01



"형, 맞았죠?" "응. 맞았다."

넥센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1일 목동구장. 6회초 롯데 공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종윤과 넥센 포수 허도환이 나눈 대화다. 대화만 놓고 보면 박종윤이 사구를 맞은 상황. 하지만 박종윤은 계속 타석에 서 있었고 결국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사연은 이렇다. 박종윤은 롯데가 5-0으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2-1 상황. 넥센 투수 한현희가 던진 공이 박종윤의 몸쪽 낮은 곳을 파고 들었다. 박종윤은 피했고 공은 포수 허도환의 미트에 빨려들어갔다. 언뜻 보면 전혀 이상할게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TV 중계의 느린 화면까지는 피해가지 못했다. 몸쪽을 파고든 공은 박종윤의 왼 무릎을 스쳤고 공이 굴절되는 모습이 확실하게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종윤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알았다고. 본인과 허도환이었다. 심판의 콜이 없자 허도환이 "형, 맞았죠"라고 묻자 박종윤은 복화술을 쓰는 것과 같이 입을 안벌리고 "응. 맞았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심판이 사구 판정을 내릴까봐 소심하게 답한 것. 하지만 박근영 구심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도 별다른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사실상 심판은 보기 힘들었다. 공의 굴절을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허도환이 날아오는 공을 자연스럽게 잡은 듯 포구가 됐기 때문이다.

보통 공에 안맞은 타자들이 살아나가기 위해 "맞았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공에 맞은 타자가 발뺌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박종윤은 이에 대해 "솔직히 정말 치고 싶었다. 그냥 걸어나가기 싫었다"고 고백했다. 박종윤은 이 타석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팀이 5-0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타점 찬스가 왔기 때문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만약 1-0, 2-0의 근소한 리드였다면 무조건 나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거짓말(?)을 해놓고 안타를 못쳤으면 민망했을 박종윤. 기어코 안타를 쳐냈다. 박종윤은 "더 집중해서 타격했다"며 밝게 웃었다.

평소 모범생 이미지의 박종윤이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 재밌다. 평소 이미지와 비교했을 때 홍성흔이 이런 플레이를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만 하다. 하지만 항상 겸손하고 묵묵히 운동하는 박종윤이 이런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한 팬들은 적을 것이다. 그만큼 욕심도 있고 승부욕도 넘치는 박종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지난 12년간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승부를 펼쳐왔다. 이런 승부욕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올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