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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3일 삼성전 패배후 한 말이다. 이날 두산은 0-0이던 5회말 선발 임태훈이 갑작스러운 난조로 난타를 당한데 이어 불펜투수들도 부진을 보여 한꺼번에 6점을 주며 결국 0대10으로 패했다. 경기후 김 감독의 코멘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열심히 했는데 내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 태훈이의 교체는 명백한 나의 실수다. 경기중에 생각이 많아 올라갈 타임을 착각했다. 마지막까지 벤치 분위기도 그렇고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찬물', '실수', '착각' 등 강도 높은 반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을 썼던 것이다. 그러나 다소 의외였다.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는 감독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았지만, 이날 김 감독처럼 언론을 향해 '통렬한 자아비판'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못해서 졌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등의 표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임태훈에게 다가간 후 투수 교체 타임을 착각했음을 깨달은 김 감독의 표정은 무척 당황스러워 보였다. 강광회 구심으로부터 설명을 듣고는 임태훈에게 "미안하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나중에 나온 얘기지만 김 감독은 정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간 게 3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감독이 팬들과 선수들을 향해 반성의 언행을 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감독으로서의 권위가 깨지고 선수들로부터 불신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우선 선수들이 패배의 부담을 벗어던지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감독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감독-선수간 의사소통의 기회가 더욱 많아지게 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커진다. 두산의 한 선수는 "감독님의 특징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인자함'이다. 선수들에게 군림하려 하지 않고 수평적 관계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 하신다"고 했다.
이날 경기전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3년차 투수 정대현을 부르더니 "어제(2일)는 던질 때 기합소리가 안들리더라? 그러니까 공이 안 나가지"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대현은 마운드에서 공을 릴리스하는 순간 "윽" 소리를 크게 내는데 2일 삼성전에서는 김 감독이 잘 듣지 못했던 것이다. 쑥스럽게 웃기만 하던 정대현은 "오늘은 들릴 겁니다"라고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감독-선수간의 일상적인 대화와 이해. 감독의 자기 반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