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상훈 사례로 촉발된 '금지약물'주의보

기사입력 2012-05-04 12:32


두산과 KIA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27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KIA 김상훈이 2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번트 실패 후 강공으로 선회 했지만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4.27/

한국 프로야구도 더 이상 '약물 청정지대'가 아니다. 치료를 위해서 약물을 쓰더라도 한층 더 신중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오전, 야구규약 'KBO 도핑금지규정 및 세계반도핑기구(WADA) 제재규정'에 의거해 KIA 포수 김상훈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KBO는 시범경기 기간이던 지난 3월에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김상훈이 WADA 규정상 특정약물(의약품에 일반적으로 함유되어 있어 도핑 규정을 본의 아니게 위반한다고 받아들여지거나 또는 도핑물질로 남용될 소지가 적은 물질)인 '프레드니솔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상훈에 대한 '엄중경고'의 의미는

이번 '김상훈 사례'에 대해 KBO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기출전 금지나 벌금이 아닌 '엄중경고'로 제재 수준을 결정했다. KIA와 김상훈이 도핑테스트 이후 청문회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족저근막염' 치료를 위해 병원 처방을 받아 복용한 약물에 프레드니솔론 성분이 일부 포함된 것이며, 또 이 약물이 경기력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프레드니솔론은 체내에서 항염작용을 해 관절염과 근막염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은 "김상훈의 경우는 이전 적발케이스와는 다르다. 경기력 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치료 과정의 부주의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출전 정지와 같은 징계는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KBO가 김상훈에게 내린 '엄중경고'는 KBO 반도핑 규정에는 없는 제재다. 규정 제6조 ②항에는 '1회 적발시 명단 공개 및 10경기 출전정지. 2회 적발시 명단 공개 및 30경기 출전정지. 3회 적발시 명단공개 및 영구제명'으로 제재 내용이 명기돼있다. 규정에 포함되지 않은 제재를 내린 것은 그만큼 '김상훈 사례'가 심각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문 팀장은 "엄중경고라는 제재가 비록 KBO 규정에는 없지만, WADA 징계규정에는 포함돼 있다. 때문에 김상훈에 대해 WADA 규정을 폭넓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정약물이라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KBO가 김상훈에 대해 WADA의 징계규정을 폭넓게 적용한 근본적인 이유는 도핑에서 검출된 것이 '금지약물'이 아닌 '특정약물'이었기 때문이다. '금지약물'은 WADA가 엄중하게 통제하고 있는 12가지 약물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근육강화제를 비롯해 호르몬제와 베타2 아고니스트류, 이노제, 흥분제, 마약류, 카나비노이드류, 부신피질호르몬류, 알코올, 베타 차단제류, 혈액도핑, 국소마취제가 포함돼 있다. 금지약물 복용사실이 드러나면 대부분 엄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특정약물'은 약간 다르다. 12종의 금지약물이 아니면서 의약품에 포함돼 본의 아니게 도핑 규정을 위반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된 '특정약물'이 도핑에서 검출되면 소명의 여지가 있다. 경기력 강화 의도가 없었고, 치료용으로 처방을 받아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복용하게 됐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면 WADA측에서도 징계수위를 낮추기도 한다. 금지약물에 비해서는 특정약물의 통제수위가 다소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약물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WADA 규정에 포함된 도핑 위반물질이다. 김상훈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양성반응을 받았기 때문에 일종의 '시범케이스'로 징계가 완화된 것일 뿐이다. 향후에는 엄중하게 취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주니치 내야수 이바타가 '프레드니솔론' 검출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주니치 구단과 이바타는 고의로 복용한 것이 아니고, 치료 목적으로 쓰던 약의 성분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엄격했다. 오히려 300만엔의 벌금까지 부과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약물복용에 대해서만큼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김상훈은 어떻게 특정약물을 복용하게 됐나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김상훈 이전까지 총 3차례 있었다. 2009년 삼성이 영입한 도미니카 출신 우완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와 2010년 KIA의 도미니카 출신 투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에게서 금지약물 복용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도핑결과가 나오기 이전 팀에서 퇴출당해 한국을 떠나면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세 번째로 도핑 양성반응을 받은 선수는 두산 포수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은 역대 첫 국내선수이자 처음으로 출전 정지 제재를 받은 케이스다. 2011년 10월 야구월드컵 대표팀으로 발탁된 김재환은 국내에서 실시한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사실이 드러나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비록 사전테스트였지만, 대표팀이 나가는 국제대회였기 때문에 KBO는 반도핑 규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10경기 출전 정지는 올시즌으로 소급 적용된다.

이들 세 명과는 달리 김상훈은 시즌 중 도핑결과가 나왔다. KIA 김준재 트레이닝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귀국한 뒤 족저근막염 증세가 심해졌다. 그래서 김상훈의 담당의가 약의 복용량 및 함량을 다소 높였다"면서 "이 약을 받아 사흘간 정도 복용했는데, 프레드니솔론이 체내에 오래남아 도핑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상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로 누구든 '제2의 김상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코치는 "원래 한약이나 치료용 약물에 포함된 성분에 대해 선수들이 자세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체크를 하고 주의를 준다. 이번 일을 통해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타 구단 코칭스태프도 이번 기회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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