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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 SK 박희수의 별명은 '2군 선동열'이었다.
올해 그는 더욱 좋아졌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무결점의 투구다. 12경기동안 17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이 0이다. 3승7홀드. 안타는 단 7개, 피안타율이 무려 1할3푼2리. 비교가 불가능한 압도적인 수치다. 한마디로 언터처블이다. 왜 박희수의 볼을 치지 못하는 것일까.
평범한 박희수의 극적인 변화
그는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한계를 벗어날 순 없었다.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2008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계기를 만들었다. 결정구가 필요했다. 떨어지는 구종이 필요했다. 박희수는 "상무에서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하루에 수십개씩 던지며 결국 장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각고의 노력끝에 장착한 체인지업은 평범하지 않았다. 오른쪽 타자 기준으로 바깥으로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의 중간형태. 장착 과정에서 박희수는 두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속도를 떨어뜨리면 서클 체인지업, 속도를 살리면 투심 패스트볼 형태로 볼이 변했다. SK 전력분석팀은 이런 투구를 보고 '투심성 체인지업'이라고 부른다.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평범한 구위와 불안한 제구력은 여전한 약점. 투심성 체인지업의 효과도 극대화할 수 없었다.
2009년까지 박희수는 완벽한 오버핸드스로 투수였다. 왼팔을 완전히 올려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는 오버핸드스로는 구위를 최대화시키지만, 제구력은 불안해진다. 그는 스리쿼터 형태로 팔을 조금 내려서 투구했다. 그러자 볼의 위력은 감소했지만, 불안했던 제구력이 잡혔다.
떨어진 볼의 위력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고관절 사용법이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잇는 관절인 고관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투구를 하면 신체의 모든 부위를 이용해 볼을 뿌릴 때 힘의 전달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투타 모두 고관절을 제대로 사용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이같은 작업이 끝나자, 그의 볼은 달라졌다. 볼 자체가 묵직해지면서, '밋밋했던' 볼이 팍팍 꽂히는 변화가 생겼다. 구속 역시 145㎞대로 증가했다. 볼의 위력이 극대화됐다.
'2군 선동열'에서 '1군 선동열'로
지난해 박희수는 위력적이었지만,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경기운영이었다.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 그리고 볼의 위력까지 갖췄지만, 가끔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경험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그는 가지고 있는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또 다르다. 그는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군의 경험과 포스트 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치면서 생긴 경험의 내공이다.
그는 "구위나 투구폼이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반신반의했던 내 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또 마운드에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변화는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의미심장하다.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기 때문이다.
그의 투구내용을 보면, 뛰어난 제구력으로 타자 안쪽과 바깥쪽을 제대로 찌르는 직구를 던진다. 여기에 바깥으로 흐르는 투심성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120㎞대 느린 서클체인지업처럼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와 130㎞대로 빠르게 떨어지는 투심성 볼을 뿌리기 때문에 타자들은 매우 혼돈스럽다.
마운드에서 자신감과 완급조절 능력이 생겼다는 것은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여유로움이 생겼다는 의미. 그만큼 그의 볼을 공략할 확률이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희수가 올 시즌 언터처블인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