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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아팠던 과거의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늦깎이 기대주로서 새로운 야구인생에 청신호를 밝힌 것이다.
KIA 선발 김진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진우가 꿈에 그리던 첫승을 신고했다.
그가 선발 승을 거둔 것은 2007년 6월 14일 대구 삼성전 이후 근 5년 만이다. 1791일이란 시간을 돌아왔다. 첫승 뿐만 아니라 2006년 9월 27일 광주 한화전(6이닝 1실점) 이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의 기쁨도 누렸다. 김진우의 부활 성공으로 선발 마운드 붕괴에 시달리고 있는 KIA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드라마같은 역경을 딛고 모범생으로
김진우는 원조 '7억팔'이다. 지난 2002년 광주진흥고 졸업후 역대 두 번째 최고 계약금인 7억원을 받으며 KIA에 입단했다. 이날 선발 맞대결을 벌인 2년차 '7억팔' 한화 유창식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입단 첫 해 탈삼진 1위(177개), 다승 8위(12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고교 1인자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듬해에도 11승에 탈삼진 2위.방어율 4위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금의 스승인 선동열 KIA 감독의 대를 이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평탄하지 못했던 개인사로 인해 음주폭행 파문과 팀 이탈 등 방황 속으로 빠져들며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갑작스런 어머니의 사고사에 대한 충격이 컸다. 입단 계약금으로 짓고 있던 건물 공사현장을 둘러보시던 어머니가 추락사를 한 것이다. 이후 김진우는 점차 웃음을 잃어갔고, 방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결국 2007년 7월 6일 현대전에서의 마지막 선발 등판 이후 임의탈퇴된 김진우는 이후에도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임의탈퇴 후 1년간 소식이 없던 김진우 선수는 열심히 하겠다면서 팀에 재입단을 요청했고 구단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임의탈퇴를 풀어준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후 2년간 또다시 잠적과 훈련 이탈을 반복하면서 구단의 애를 태웠다. 그래도 구단은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조용히 기다렸다. 마침내 김진우는 지난해 6월 동료 선수들에게 공개사죄를 통해 용서를 받은 뒤 1군으로 복귀했다. 이 때부터 김진우는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성실한 훈련자세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뽑은 MVP로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랐다.
제2의 선동열, 선동열을 만나 부활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선동열 감독을 신임 지도자로 만난 김진우는 더욱 힘을 얻었다. "감독님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다"며 선 감독의 '멘티'를 자청했다.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본다고. 선 감독은 김진우를 겨울캠프 동안 키워야 할 타깃으로 삼았다. 처음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과거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며 격려와 칭찬으로 '당근'을 줬지만 '채찍'도 빼놓지 않았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 명령을 내린 때 선 감독은 "조금 아프고 부진하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져서는 안 된다. 지난 겨울 열심히 훈련했던 것을 생각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했다. 이후 선 감독은 김진우에 대해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겨울 캠프동안 길을 알려줬으니 그 정도 나이가 됐으면 알아서 할 것으로 믿었다. 9일 한화전 등판을 앞두고도 선 감독은 "착실하게 준비했으면 그 만큼 보여주면 된다"며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김진우는 선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생에서 고난에 익숙해진 듯 이날 첫승도 연이은 아쉬움을 삼킨 끝에 결국 해냈다. 지난달 26일 한화전에서 4⅔이닝 동안 3실점을 하며 첫 패전의 멍에를 안았던 그는 지난 3일 SK전에서 6년 만의 퀄리티스타트를 눈 앞에 놓쳐야 했다. 이날 5⅔이닝까지 3안타 2실점으로 버티다가 2-2 동점이던 6회초 2사후 4번 이호준에게 좌전 안타를 맞자 선 감독이 타이밍 빠른 교체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차기 등판을 감안해 투구수 85개였던 김진우에 대한 선 감독의 배려였다.
거듭된 아쉬움으로 더 독해진 김진우는 한화와의 리턴매치에서 보란듯이 성공했다. 2007년 삼성전 이후 가장 많은 투구수(112개)를 기록한 김진우는 7-1로 앞서던 4회 만루의 위기도 맞았지만 위기에 강한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2의 선동열이라고 불렸던 김진우는 이제 선동열 감독 밑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