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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은 아직 '열공'중인 학생이다. 이제 또다른 과제가 생겼다.
봉중근에게 마무리투수란, 아직까지 배워야할 학문과도 같다. 야구인생 최초로 맡게 된 생소한 보직, 미국과 한국무대를 두루 겪은 봉중근이라 하더라도 분명 학습이 필요하다.
봉중근은 주중 넥센전에서 '등판대기→취소'의 패턴이 반복되자 "100%로 공을 던지기위해 준비했는데 그게 취소되면 정말 힘들다. 오버하면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친다. 그걸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다"며 "마무리투수는 원한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가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날 등판에서도 반드시 복기해야할 순간들이 있었다.
봉중근은 사실 실점없이 이닝을 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좌전안타로 1루를 밟은 주자 정형식을 신경쓰다 견제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물론 봉중근에게 견제는 다른 투수들이 갖고 있지 못한 최고의 무기다. 봉중근하면, 많은 팬들이 지난 2009년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이치로의 굴욕을 떠올린다. 그만큼 그의 주자 견제는 특별하다.
하지만 이날은 너무 욕심을 부렸다. 2점차였기에 주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아웃카운트만 차곡차곡 쌓아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타석에 있는 김상수와 상대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1루로 견제구를 던지다 볼이 빠져버렸다. 김상수와 박한이를 모두 2루 땅볼로 잡아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실책만 없었다면 병살타-2루 땅볼로 경기를 쉽게 끝낼 수도 있었다.
두번째 과제, 단순해져라
1실점해 2-1로 쫓기게 된 후에 더 좋지 못했다. 2사 후 이승엽에게 안타, 박석민에게 볼넷, 채태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투구 내용이 안 좋았다. 만약 볼배합을 달리 가져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봉중근은 이승엽에게 커브 2개, 체인지업 1개를 던졌다. 3구째 체인지업은 몸쪽 높게 들어가다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어김없이 이승엽의 방망이에 걸려 우전안타가 됐다. 커브 역시 스트라이크존에서 멀리 벗어나거나, 한복판으로 들어갈 만큼 위험했다. 이전까지 직구 위주(직구 9개, 커브 2개)의 피칭을 하던 봉중근이다. 하지만 갑자기 직구 대신 변화구 비율을 늘렸다.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줄 때도 직구 2개에 체인지업 4개였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치 않은 변화구를 테스트하는 의미였을 지도 모른다. 포수 김태군은 채태인 타석 때 뒤늦게 마운드에 올라갔고, 그때부터 다시 직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봉중근은 직구 구속이나 구위가 수술 전보다 좋아졌다. 이날은 좌우 코너워크가 좋았다. 이승옆에 앞서 상대한 같은 좌타자 박한이의 몸쪽으로 던진 직구는 힘없는 내야땅볼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자신의 직구를 믿고 던질 필요성이 있다. 게다가 마무리투수라면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마무리투수는 다양한 구종보다는 빠른 공에 이를 뒷받침할 변화구 한두개만 있으면 된다. 오승환도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투수다. 그나마 던지는 슬라이더도 보여주는 수준이다. 물론 강력한 돌직구 자체가 결정구인 오승환과의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승부처에서 불필요하게 유인구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투구수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날 '32구 세이브'는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재활 막바지임을 감안하면, 변화구 구사에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봉중근은 경기가 끝난 뒤 "이런 경험도 있어야한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쫄깃한' 승부 속에서 재미만 느낀 건 아닐 것이다. 봉중근은 아직 마무리 학습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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