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의 달인' SUN의 선수조련법, 그 비결은?

기사입력 2012-05-17 11:15


16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동열 감독이 덕아웃에서 이순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5.16.

가능성을 보는 명확한 눈과 선수가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 '육성의 달인' 선동열 감독이 KIA에서도 새인물들을 키워내며 대박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투수 박지훈과 내야수 윤완주의 신인 듀오에 2년차 외야수 이준호까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주축으로 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KIA가 선 감독을 영입할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새 얼굴의 발굴과 조련이었는데, 벌써 그 효과가 보인다.

새로운 주력 선수를 키워내는 것은 언제나 감독들에게는 어려운 숙제였다. 단순히 기회만 제공한다고 해서 신진급 선수들이 늘 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재력을 파악하는 눈과 그 잠재력이 발휘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그리고 때로는 부드러운 조언과 냉철한 질책 등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많은 감독들이 새 인물 발굴에 도전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하지만 선 감독의 경우는 과거 삼성시절 실패보다는 성공한 케이스를 더 많이 보여줬다.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부임한 이후 2005년 지휘봉을 잡은 선 감독은 2010년을 끝으로 삼성에서 떠날 때까지 권오준과 권 혁, 안지만, 윤성환, 오승환 등 필승조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같은 주축 타자들을 키워냈다. 그런 선수들이 자라나줬기 때문에 지금의 강한 삼성이 있을 수 있었다. 그 노하우는 친정팀 KIA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선 감독이 지닌 차별화된 '육성 노하우'는 어떤 것들일까

노하우 1: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다

선 감독 본인과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KIA, 삼성 관계자가 한결같이 말하는 제 1원칙은 바로 '모든 선수를 똑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본다'였다. 바꿔 말하면 과거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순수한 자질과 실력을 놓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이 원칙은 때때로 베테랑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단점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선수단 전체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누구든 같은 기준으로 본다'는 것은 곧 '누구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지금까지 주전들의 뒤에 가렸던 백업이나 신진 혹은 무명의 선수라도 '한번 해보자'와 같은 의욕을 갖게 된다. 이런 생각이 선수단 전체에 퍼질수록 치열한 내부경쟁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팀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연계된다. 선 감독이 과거 삼성에서 키워낸 선수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주전급이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홈런 및 타점왕에 오른 최형우는 삼성에서 한 차례 방출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미래의 4번타자감으로 확신하고 2008년부터 꾸준히 최형우를 기용해 늦깍이 신인왕으로 만들어냈다.

노하우 2: 숨은 잠재력을 파악하는 매의 눈


어떤 면에서는 선 감독이 '육성의 달인'이 될 수 있던 최대 비결은 바로 선수의 잠재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잠재력과 그에 따른 미래의 성장세를 짚어내는 정확한 판단력은 때때로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현재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끝판대장' 오승환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단국대를 졸업할 무렵, 오승환의 가치에 주목한 프로 스카우트는 드물었다. 과거 팔꿈치 수술전력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그를 '마무리'로 쓸 수 있다는 발상을 한 이는 전무했다. 하지만 선 감독의 의견은 달랐다. 비록 수술을 받았더라도 팔꿈치 상태가 괜찮다면 얼마든지 키워볼 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오승환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품에 안겼고, 선 감독의 조련에 의해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났다.

KIA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맹활약하고 있는 윤완주는 전체 90번으로 지명된 신인이다. 신인지명순위 90번이라는 뜻은 '즉시전력감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이준호 역시 지난해 신고선수로 들어와 1군에서는 4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올해도 애리조나 캠프 참가명단에 누락된 바 있다. KIA가 1순위로 뽑은 박지훈도 사실 다른 팀 1지명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이들에게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기회를 줬다. 기회에 굶주렸던 윤완주나 이준호, 박지훈 등은 영리하게 그 기회를 성장의 계기로 만들었다.

노하우 3: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 감독이라고 해서 매번 선수육성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선수도 무수히 많다. 과거 삼성 시절 임동규나 조영훈 등이 단편적인 사례인데, 꾸준히 기회를 주고 신뢰를 표시했지만, 이들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KIA에서도 부임 초기 외야수 신종길을 주전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신종길은 1할에 못미치는 타율로 전전긍긍하다 결국 현재 2군으로 떨어졌다.

선 감독은 이런 실패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정기간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시 또 다른 후보군에게 기회를 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오랜 시간 '기대주'라는 이름표를 단 선수가 있다고 치자. 나 뿐만 아니라 이전 감독님들로부터도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었겠는가. 그런데도 성장하지 못한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그럴 경우 차라리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낫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독으로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결국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히 제공하지만, 결단을 내릴때는 단호하게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다. 이러한 원칙들이 선 감독을 '육성의 달인'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이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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