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1인터뷰]강정호 "친구 류현진 나한테는 더 세게 던져"

최종수정 2012-05-20 16:17

18일 목동 삼성전에 앞선 만난 강정호가 10대1 인터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정호는 홈런왕에 대한 욕심이 없다며 "또박또박 치며 올라오고 있는 (이)승엽이 형이 홈런왕을 차지할 것 같다"고 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목동의 나훈아'라고요? 'K 로드'(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출신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약칭 A 로드에서 따온 별명)라고 불러주세요."

요즘 프로야구에서 가장 '핫(hot) 한' 타자를 꼽으라면 단연 넥센 히어로즈의 7년차 유격수 강정호(25)다. 누구도 이 정도까지 잘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19일 현재 홈런 1위(13개), 타점 1위(31개), 장타율 1위(7할5푼9리), 출루율 2위(4할4푼5리), 타율 4위(3할3푼9리). 유격수는 막중한 수비 부담 때문에 공격력, 특히 장타력이 떨어진다.

1m83, 82kg인 강정호는 이런 유격수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고 홈런을 양산하고 있다. 팬들은 1990~1992년 장종훈 이후 20년 만의 유격수 출신 홈런왕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유격수로 한화에 입단한 장종훈은 이후 1루수로 포지션 변경).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에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붙은 별명이 '목동 나훈아.' 하지만 강정호는 이 별명 보단 'K 로드'가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5차례나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로드리게스처럼, 유격수 출신 강타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18일 삼성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강정호를 서울 목동구장 홈팀 귀빈실에서 마주했다. 천성적으로 튀는 걸 싫어한다는 강정호는 선후배들의 질문에 비교적 감정 기복없이 차분하게 답했다.


넥센 강정호와 한화 류현진은 2006년 프로입단 동기로 절친하다. 강정호는 "류현진이 나를 상대할 때는 더 세게 공을 던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류현진한테 홈런을 못 쳤는데 올해는 때리고 싶다"고 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우렁각시라도 생긴거냐? 올 시즌 보여주는 괴력의 원동력이 뭐냐.(넥센 이택근·31)

(한참을 생각하더니)원동력 그런 건 따로 없어요. 여러차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형이랑 병호형 덕분이죠. 형들이 앞에서 버텨주니까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이택근이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을 했다고 하자 선배가 농담을 한 거라고 부인했다)


-지금 페이스면 홈런 40개는 칠 것 같다. 뭘 먹고 그렇게 잘 치는 거냐(한화 류현진·25·2006년 프로입단 동기)

너도 알다시피 딱히 챙겨먹는 건 없고, 음식을 많이 먹는 스타일도 아니야. 잘 먹고 잘 쉬는 게 컨디션 조절에 제일 좋은 것 같다.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많이 먹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동료들과 함께 먹는다. 한 자리에서 2~3인분을 먹으니 대식가라고는 할 수 없을 거고. 그런데 너는 나랑 대결할 때 다른 선수보다 더 세게, 강하게 던지더라. 내가 안타를 치면 겁나게 뭐라고 하면서.(웃음) 지금까지 너한테 홈런을 치지 못했는데, 올해는 한 방 때려야겠어.(강정호는 류현진 등 절친한 동기생들과의 승부가 재미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친하지만 막상 경기중에 만나면 서로 이기고 싶어 승부욕이 솟는 것 같다고 했다)

-유격수로 뛰면 체력이 문제가 될 수 있을텐데.(두산 니퍼트·31, SK 김강민·30)

아무래도 수비에 신경을 쓰다보면 타격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은 초반이라 표가 안 나지만 후반이 되면 솔직히 힘이 들 것 같다. 그런데 너 공 정말 좋더라. (살짝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우리랑 할 때는 오래 던지지 말고, 5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라.(강정호는 4월 7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 첫 타석에서 병살타를 때렸다. 이날 니퍼트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저번에 나한테 홈런 치고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데, 그날 밤 나한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그랬지. 근데 솔직히 그날 기분 어땠냐.(삼성 차우찬·25·동갑내기 친구 )


10대1 인터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한 넥센 강정호.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경기 전날 밥먹을 때 몸쪽만 던지겠다고 니가 얘기했었지. 첫 타석 때 1사 1,3루에서 삼진먹었잖아. 그런데 진짜로 몸쪽 공을 던지더라.(웃음) 두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쳤는데, 아마 바로 직전 (박)병호형한테 만루홈런을 맞고 힘이 풀리고 집중력이 떨어져 실투를 던진 것 같더라고. 그날은 정말 미안하더라. 안타만 쳐도 됐는데 홈런을 때렸잖아.(강정호는 4월 15일 대구 삼정전 3회 볼카운트 1B에서 차우찬을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기록했다. 앞선 타석에서 4번 박병호의 만루홈런에 이어 백투백 홈런이었다)

-언론 인터뷰 때마다 (이)택근이형과 내 덕분에 부담없이 타격을 할 수 있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하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면 보답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 너의 진심을 보여줬으면 한다.(넥센 박병호·26)

(살짝 발끈하며)아니, 반대로 형이 나한테 고마워해야죠. 인터뷰를 할 때마다 '4번 타자 박병호'를 부각시켜주잖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집 근처에서 밥 한 번 샀잖아요. 장어먹으러 갔다가 장어집이 문을 닫아서 그날 고기 먹었잖아요.(강정호는 박병호와 서울 신도림의 한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다)

-근데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거냐.(롯데 황재균·25)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한 표정으로)너 결혼한 다음에 따라 하겠다. 너도 여자친구 아직 없잖아. 사실 여자친구가 있어도 만날 시간이 없을 거 같다. 경기 끝나면 너무 늦고, 월요일 하루 휴식일인데 쉬어야 하잖아. 월요일에는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보통 직장인들은 다들 일을 하잖아. 시즌 끝나면 여자친구를 만들어봐야 겠다.(강정호와 황재균은 2006년 넥센 입단 동기로 절친하다)

-아직 미혼인데,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두산 손시헌·32·광저우아시안게임 함께 출전)

프로야구 선수가 참 힘든 직업이잖아요. 우리 일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착하고 내조 잘 하는 여성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예할 때는 얼굴을 어느 정도 보겠지만, 결혼할 때는 얼굴 안 볼 것 같아요.(웃음)


넥센 강정호는 선배 김병현의 "뭐될래"라는 질문에 "홈런을 많이 친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나중에 해외진출의 꿈은 없는지.(두산 김현수·24)

글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일단 잘 하고,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다. 혹시 간다면 일본보다 미국이 더 나을 것 같아. 일본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예전부터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굉장히 좋아 했다. 발도 빠르고, 수비 잘하고, 어깨도 좋고, 공도 잘 치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최고의 선수잖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상한 말을 해서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뉴욕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도 그렇고.

-너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센스가 있다. 여러가지 포지션을 해봤다고 들었는데, 유격수를 보면서 어려운 점이 뭐냐.(한화 김민재 코치·37·유격수 출신)

투수에 포수, 유격수, 3루수, 2루수, 1루수 등 외야수 빼고는 다 해봤어요. 유격수는 내야수의 중심이기 때문에 유격수가 흐트러지면 내야 전체가 흐트러지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야수를 살피면서 수비위치를 잡아주고, 이야기를 해줘야하잖아요. 다른 포지션보다 생각할 게 많은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많은 포지션이지요.

-저는 요즘 타격감이 너무 떨어져서 걱정인데요. 선배는 올해 타율과 홈런 페이스가 엄청 좋잖아요. 도대체 어디에 중점을 둬야 그렇게 좋아지는 건가요.(삼성 김상수·22)

너는 유격수로서 수비도 잘 하고 발도 빠르잖아. 너무 잘 치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유격수는 번트 잘 대고 출루 잘하면 되잖아. 타격에 신경을 쓰지 말고 수비에 신경을 써라. 수비를 잘 하다보면 타격 페이스도 올라간다. 너는 자질이 워낙 좋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다.

-정호형,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도대체 선크림은 왜 바르는 거죠. 그거 아무리 발라도 워낙 까만 얼굴이라 별 효과도 없잖아요(KIA 김선빈·23)

(크게 웃으며)피부노화 방지를 위해 바르는 거다. 미리미리 노화 방지에 신경써야 해요. 고등학교 때는 못 바르다가 프로 와서 바르기 시작했다.(김선빈은 강정호의 광주 화정초등학교 2년 후배다)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 6회 홈런을 터트린 강정호가 덕아웃에서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슬럼프가 많이 있었을텐데, 그때마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어요.(LG 오지환·22)

나의 프로초기에 비하면 너는 지금 엄청 잘 하는거다. 경기에 나가다보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되더라. 프로초기에는 정말 겁없이 야구를 한 것 같다. 못해도 주위에서 '너는아직 어리니까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너도 야구할 날이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겁없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프로 1~2년 차 때는 방황도 했다. 2군에서 아무리 잘 해도 불러주지를 않아 마음 고생이 많았다. 2008년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역심히 했다.

-뭐 될래.(넥센 김병현·33)

(한참을 웃고는 잠시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더니)야구의 최종목표가 뭐냐고 묻으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거포 유격수가 드물었잖아요. 유격수하면 장타력있던 강정호가 있었다, 홈런을 많이 때린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홈런왕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사실 홈런을 많이 치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초반이라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박또박 치고 있는 (이)승엽이 형이 올라오지 않을까. 승엽이 형은 홈런을 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홈런왕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홈런왕을 놓치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아요.(김병현에게 10대1 인터뷰 질문을 부탁하자, 지난 3월 이 인터뷰를 해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 세자짜리 질문에 모든 것을 담고 싶다며 화두처럼 던졌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유독 광주일고 출신 스타선수가 많다. 얼마전 은퇴한 이종범을 비롯해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정성훈 이호준 등이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강정호는 광주일고가 다른 팀에 비해 훈련이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어려운 훈련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면서 갖고 있는 자질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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