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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말도 금방 생겨나고, 또 그게 일상화될 수도 있는 게 요즘 우리 언어문화의 특징이다. 이런 면에서 '엘넥라시코'라는, 별다른 근거없는 신조어가 앞으로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본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엘 클라시코'가 있다. 영어로 치면 '더 클래식'이란 의미다. 프리메라리가의 명문이자 역사적인 배경에서도 앙숙 관계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의미한다. 최고의 관심사이자 권위있는 명승부란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프로야구 팬들이 '엘 클라시코'를 '엘꼴라시코'로 변형시켰다. 엘은 LG, 꼴은 롯데를 의미한다. 한때 성적이 바닥을 기었던 롯데의 별명이 '꼴데(꼴찌 롯데)'였기 때문이다. LG와 롯데가 만나기만 하면 치열하게 싸우는데 사실 경기력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팬들이 이같은 우스갯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후 올시즌 들어서도 넥센이 LG에게 앞서가고 있는데, 그 과정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몇몇 팬들이 '엘넥라시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케이블채널의 생중계에서 이같은 표현이 인용됐다.
결국 '엘넥라시코'는 '엘꼴라시코'에 비하면 별다른 위트나 재치가 없는, 단순 팀명 조합일 뿐이다. LG와 넥센의 경기는 차라리 '지하철 더비'로 부르는 게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경기가 매번 워낙 흥미롭게 진행되다보니 불과 한달만에 '엘넥라시코'에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다.
넥센 5승1패, 진짜 축구스코어가 나왔다
22일 잠실구장의 LG-넥센전은 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 4개 구장에서 13년만에 전구장 스윕(3연전 전승)이란 결과가 나왔다. LG와 넥센은 모두 스윕을 한 팀이다. 가뜩이나 '엘넥라시코'란 이름으로 묶인 두 팀이다. 4연승의 LG, 6연승의 넥센이 이 시점에 맞붙게 됐으니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매치업이다.
이날 경기 역시 마지막까지 승패를 점치기 힘든 접전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넥센의 2대1 승리. 시즌 상대전적에서 넥슨은 5승1패가 됐다. 넥센은 3회에 2사 2루에서 이택근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냈다.
그후 딱 하나의 실책이 이날의 승부에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6회초 넥센의 2사 1,3루 찬스. 이때 LG 1루수인 '작은' 이병규가 투수 김기표의 견제구를 뒤로 흘려버렸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스코어는 2점차로 벌어졌다.
LG는 6회말 공격 무사 1,2루에서 '큰' 이병규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7회에도 선두타자가 2루타로 출루했고, LG는 쓰리번트까지 감행하며 1사 3루를 만들었지만 결국 동점엔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넥센 투수진의 버티는 능력이 더 돋보인 경기였다.
이처럼 치열한 접전이 계속된다면 '엘넥라시코'란 말은 생명력을 점점 더 얻을 것이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관전 욕구가 가장 위축되는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만7710명의 관중이 모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잠실구장의 LG-넥센전에 이만한 관중이 모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1년 만에 흥행 블랙홀이 블루칩으로 커버린 느낌이다.
프로야구는 콘텐츠고, 콘텐츠는 스토리가 생명이다. 일단 넥센이 계속해서 펀치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LG 역시 한 팀에게 이처럼 끌려다니는 건 굴욕스러운 느낌일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엘넥라시코'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보는 건 프로야구의 중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창단후 최초인 팀 7연승에 성공했고, 2위를 유지했지만 1위 SK와의 승차를 없애버렸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