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전성기의 그림자, 스트레스에 무너지는 코치들

최종수정 2012-05-30 15:16

프로야구 SK와 삼성의 경기가 25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1회말 선발 박종훈이 4실점하며 불안하자 SK 이만수 감독등 코치진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5.25/

"불면의 밤이 계속되면, 애꿎은 담배만 늘어가죠."

프로야구는 최근 몇 년 새 최고 인기스포츠이자 흥행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야구장에는 연일 만원관중이 들어차고, 기업들의 스폰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1군 프로선수는 쉽게 억대연봉을 받고 엄청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2012년, 프로야구는 출범후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양지가 눈부실수록 음지는 더 어두워 보이게 마련이다. 업무 강도에 비해 많지 않은 수입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달고 사는 그들. 올시즌 사상 유례없는 순위경쟁이 폭발적 흥행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코치들이 희생되고 있다. 시즌 개막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한화와 두산 KIA SK 등 무려 4개 팀이 성적 부진과 분위기 쇄신 등을 이유로 줄줄이 1, 2군 코칭스태프를 변경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코치 물갈이가 무더기로 이뤄진 것도 보기 드문 경우다.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간 코치들의 좌절감은 말할 필요도 없다.


12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신임 타격코치로 부임한 김용달 코치가 선수들 사이에서 밝은 표정으로 서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12/
전방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코치들

프로팀에 속해있다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모두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의 스트레스를 지수화 한다면 코치들이 가장 높을 것이다. 팀의 최고 사령관인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코치들은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감독이나 선수는 성적이 좋을 경우 스트레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지만 코치들은 성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성적이 좋을 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다소 이해가 안 가지만, 한 코치들의 말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지방 연고 A구단의 모 코치는 "팀이 연승을 해서 분위기가 좋으면 그걸 계속 이어가기 위해 신경써야 한다. 또 그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분명히 성적이 안 나오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좋을 때 받는 스트레스의 상황을 설명한다.

특히나 코치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은 바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KIA 김동재 전 수비코치의 건강했던 뒷모습이다. 김 코치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2개월 전인 지난 2010년 4월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적시타를 친 김상훈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불면증과 소화불량에 원형 탈모증까지…코치들은 아프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정면 노출되다 보니, 코치들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불면증이다. 경기 시작 전에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팀의 전력분석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그날의 상황과 다음날의 보완점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몸이 피곤해도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모 코치는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 새 동이 틀 때가 많다. 그제서야 잠깐 눈을 붙이는 게 다반사"라며 "그러다보니 잠을 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코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음주로 인한 건강 악화도 코치들의 '직업병'과 다름없다. 원정의 경우 경기가 끝나면 적어도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야참을 먹게 되는데, 이때 술을 곁들인다.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만한 방법도 없고, 어차피 숙소에 들어가봤자 잠을 이루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숙면을 위한 보조제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음주는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술 자리에서조차도 이들은 야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코치들과 술자리를 함께 해본 결과, 결국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귀결됐다.

소화불량과 원형탈모증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도 코치들에게는 흔하다. 수도권 B구단의 모 코치는 "성적이 잘 안날 때는 정말 음식이 아무 맛도 안난다. 또 외식을 하러 갔는데, 주변에서 야구얘기가 나오면 식욕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수리 부근에서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원형탈모증에 시달리는 코치도 있다. 새치가 나는 것은 오히려 애교에 가깝다.

결국 코치들은 따로 관리하거나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할 경우 갈수록 건강이 악화된다. 종종 큰 질환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년 전인 2010년 6월 21일 뇌경색으로 쓰러진 KIA 김동재 전 수비코치다. 김 코치는 당시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은 끝에 천만다행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현재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코치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성적에 울고 웃는 평균 연봉 6790만원의 가장들

그런데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는 코치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수 억원에 다년계약을 맺는 감독들이나 주전급 선수들에 비해 연봉이 턱없이 낮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9개 구단 정식 코치는 총 168명이며, 평균 연봉은 6790만원이다.

문제는 대기업 과장급에 해당하는 6790만원의 연봉을 받는 코치들이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의 가장들이라는 데 있다. 퇴직금도 없고 1년 계약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에 이 정도 액수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야구인들은 누구나 선수 은퇴후 유니폼을 입고 싶어한다. 그런 면에서 현직 프로야구 코치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치들은 잔칫집인 2012 프로야구의 한 켠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애는 애대로 쓰는 새로운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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