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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이 계속되면, 애꿎은 담배만 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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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팀에 속해있다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모두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의 스트레스를 지수화 한다면 코치들이 가장 높을 것이다. 팀의 최고 사령관인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코치들은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감독이나 선수는 성적이 좋을 경우 스트레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지만 코치들은 성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특히나 코치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은 바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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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정면 노출되다 보니, 코치들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불면증이다. 경기 시작 전에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팀의 전력분석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그날의 상황과 다음날의 보완점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몸이 피곤해도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모 코치는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 새 동이 틀 때가 많다. 그제서야 잠깐 눈을 붙이는 게 다반사"라며 "그러다보니 잠을 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코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음주로 인한 건강 악화도 코치들의 '직업병'과 다름없다. 원정의 경우 경기가 끝나면 적어도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야참을 먹게 되는데, 이때 술을 곁들인다.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만한 방법도 없고, 어차피 숙소에 들어가봤자 잠을 이루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숙면을 위한 보조제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음주는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술 자리에서조차도 이들은 야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코치들과 술자리를 함께 해본 결과, 결국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귀결됐다.
소화불량과 원형탈모증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도 코치들에게는 흔하다. 수도권 B구단의 모 코치는 "성적이 잘 안날 때는 정말 음식이 아무 맛도 안난다. 또 외식을 하러 갔는데, 주변에서 야구얘기가 나오면 식욕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수리 부근에서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원형탈모증에 시달리는 코치도 있다. 새치가 나는 것은 오히려 애교에 가깝다.
결국 코치들은 따로 관리하거나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할 경우 갈수록 건강이 악화된다. 종종 큰 질환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년 전인 2010년 6월 21일 뇌경색으로 쓰러진 KIA 김동재 전 수비코치다. 김 코치는 당시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은 끝에 천만다행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현재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코치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성적에 울고 웃는 평균 연봉 6790만원의 가장들
그런데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는 코치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수 억원에 다년계약을 맺는 감독들이나 주전급 선수들에 비해 연봉이 턱없이 낮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9개 구단 정식 코치는 총 168명이며, 평균 연봉은 6790만원이다.
문제는 대기업 과장급에 해당하는 6790만원의 연봉을 받는 코치들이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의 가장들이라는 데 있다. 퇴직금도 없고 1년 계약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에 이 정도 액수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야구인들은 누구나 선수 은퇴후 유니폼을 입고 싶어한다. 그런 면에서 현직 프로야구 코치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치들은 잔칫집인 2012 프로야구의 한 켠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애는 애대로 쓰는 새로운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