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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오늘은 프로야구와 우리 팀에 의미있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멈칫했지만, 곧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이날부터 신고선수가 정식 등록선수가 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천웅은 5일 넥센전에서 7회에 결승점 찬스를 만드는 좋은 중전안타를 쳤다. 경험 없는 선수지만 변화구를 받아치는 노련함마저 보였다. 그에 앞서 두번째 타석에선 생애 1군 첫 안타를 작성하기도 했다. 올해 LG의 전통이 된 '첫 안타 공 챙겨주기'가 역시나 진행됐다.
최영진도 지난 3일 한화전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민재도 지난 31일 롯데전에 첫 출전, 첫 안타를 작성했다. 공교롭게도 신고선수 출신 3명이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물론 김기태 감독은 이들의 첫안타 공을 모두 챙겨줬다.
김기태 감독과 '육성'의 DNA
김기태 감독은 일본 요미우리에서 2007년부터 3년간 코치 연수를 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과 구단 고위층에게 인정받으면서 나중엔 2군 정식코치 자격까지 얻었다. 나중엔 일본프로야구 3군 개념인 퓨처스팀의 감독까지 맡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요미우리의 마쓰모토 데쓰야가 신인왕에 올랐다. 본래 육성군 출신 선수다. 우리로 치면 신고선수나 마찬가지다. 그에앞서 마쓰모토를 1군에 추천했던 인물이 바로 김기태 감독이다. 지난해 말 요미우리 구단 내분 사태로 인해 해임된 기요다케 구단 대표는 선수 육성에 관심이 큰 편이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실제 성공 사례를 접했던, 게다가 그런 상황을 육성군 선수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김기태 감독은 '선수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머리속에 새겨놓았다.
2군 감독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
게다가 김기태 감독은 2009년 가을부터 2년여간 LG 2군 감독을 맡았다. 구리의 챔피언스파크에서 선수들을 상세히 살피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용의를 올시즌 들어 대타, 대주자로 잘 활용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김 감독은 "그 선수가 2군에서 어떤 노력을 했었는 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무책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1군에 등록된 신고선수들도 그들이 2군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올릴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열심히 한 선수에겐 짧게나마 기회를 주는 게 최선이라는 원칙이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1군에 한번도 올라가지 못한다면,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 부지런히 움직이면 기존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다.
지난주 김 감독은 임정우와 최성훈이 한경기에서 많은 투구수를 책임지자 그후 2군으로 내렸다. 어차피 3일간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차라리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한 뒤, 그 시간 동안 다른 2군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올라왔던 선수가 외야수 윤정우와 투수 신재웅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 지난 9년간 4강에 들지 못하면서 LG에선 잊혀진 것처럼 돼버렸던 단순한 진리가 지금은 실현되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