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천안함 영혼 마운드에 초대한다

최종수정 2012-06-12 10:14

한화 구단이 지난 4일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천안함 46용사 묘역 앞에서 임 중사 가족의 요청에 따라 사진촬영을 했다. 앞줄 가운데 모녀가 임 중사의 어머니와 누나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천안함 용사께 바칩니다."

야구장 마운드에 숭고한 영혼을 초대한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과 정성을 담아 떠난 이의 생전 소망을 풀어줄 수 있다면 가슴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한화가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가장 특별한 시구식을 준비한다.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은 최근 이메일 한통을 받고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메일 발신자는 임재엽 중사의 누나 임재선씨.

임 중사는 아직도 국민들 기억에 생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희생자였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피격을 받았을 때 스물일곱 꽃다운 청춘에 산화돼 '천안함 46용사'의 일원이 됐다.

한화 구단과의 임 중사의 인연은 정말 뜻밖의 우연이었다. 구단은 지난 4일 현충일(6월 6일)을 맞아 한대화 감독 등 선수단과 함께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 때 매일 자원봉사중이던 모녀를 만났다. 임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씨와 누나 임씨였다. 한화는 이들 모녀로부터 임 중사가 순국용사 가운데 유일한 대전 출신이고, 열성 한화팬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감독과 선수들의 사인을 티셔츠에 담아 묘역에 바쳤고, 모녀와 기념촬영도 하는 등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이들과 함께 묘비를 닦는 동안 한화 선수단은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이처럼 소중한 만남은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었다. 오 팀장은 누나 임씨와의 약속에 따라 이튿날 곧바로 기념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줬다. 이에 대한 화답 메일을 받게 된 것이다.

이메일에는 '바쁘실텐데 바로 사진 보내주시고 감사합니다. 천안함 46용사를 위해 귀중한 시간 내주신 한화 선수단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는 감사인사가 담겨 있었다. 이 가운데 오 팀장의 시선을 사로잡는 문장이 있었다. '재엽이가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 야구단에 가입 할 정도로 한화팬이었는데….' 당초 구단측은 임 중사가 대전 사람이라서 그냥 열성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시절 한화의 어린이 회원으로 활동할 정도라면 단순 열성팬이 아닌 '한화맨'인 것이다.

오 팀장은 어린이 회원이었다는 말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팀장은 "지금 하늘에서 한화 야구를 응원해주고 있겠지. 나라를 지키다가 순국할 때까지 군 복무를 하느라 생전에 야구장에 얼마나 가보고 싶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까 저절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말했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이렇게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화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구식'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화는 임씨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야구장에 어머님과 함께 꼭 초대하고 싶네요. 그 때 누님께서 시구를 하시면 더욱 임재엽 중사가 하늘에서 좋아할거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라고 누나의 시구를 요청했다.

임 중사의 가족은 2년전 임 중사의 모교(충남기계공고)을 방문, 모교에서 받은 성금과 임 중사가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을 장학금으로 기탁해 주변을 감동시키는 등 남다른 희생정신을 지닌 가족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런 훌륭한 가족은 구단에서도 각별히 대우해야 한다. 마침 호국보훈의 달이기 때문에 이번 달이 가기 전에 대전 홈경기때 임 중사의 누나를 시구자로 초청하는 방안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어린이 회원이었던 임 중사가 구경만하던 마운드에 얼마나 직접 서보고 싶어했을지 상상이 된다고 한다.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소원을 하늘에서나마 풀 수 있도록 하고 한맺힌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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