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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리 안 들고 쳐보고 싶어요."
최근 다시 감을 잡은 정성훈에게 조심스레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나 그렇듯 '쿨'한 대답이 날아왔다, 그는 "원래 난 업다운(기복)이 심한 타자"라며 웃었다. 타격 사이클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항상 남들보다 위아래로 많이 요동친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중심 이동 타법'으로 불리는 그만의 독특한 타격폼 때문이다. 정성훈은 준비 자세부터 임팩트 순간까지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독창적인 타격폼을 갖고 있다. 양발을 어깨 너비보다 좁게 벌리고 편하게 서있는 것부터, 왼 다리를 오른편으로 깊게 끌어당기며 힘을 모으는 자세까지. 축족으로 오랜 시간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외다리 타법'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코치도 못 말린 타격폼, "이렇게 밖에 칠 줄 몰라요"
이 타법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정성훈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다리를 들고 쳤다. 어린 시절 힘이 없어 힘을 싣기 위해 다리를 들었던 것 같다"며 "중심 이동 타법이니 외다리 타법이니 그런 말들을 하지만, 정작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밖에 할 줄 모른다"는 말도 들렸다.
고치려고 해본 적은 없을까. 그는 프로무대를 처음 밟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1999년 해태 입단 후 정성훈은 김종모 타격코치의 지도 아래 처음으로 '찍어놓고' 치는 훈련을 했다.
1차 지명이긴 해도, 신인은 신인이었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는 정성훈의 타격폼은 당연히 '수정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결국 훈련 때는 다리를 들지 않다가도 경기가 시작되면 다리를 들고 치는 패턴이 이어졌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정성훈은 그해 타율 2할9푼2리 7홈런 39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그만의 타격폼을 사수할 수 있었다. 코치의 지도를 어겼지만, '난 이렇게 밖에 못 친다'는 사실을 타석에서 증명한 것이다. 그 이후 타격폼 수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고집 꺾은 4번타자 정성훈
하지만 코치도 이기던 그 고집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성훈은 최근 왼 다리를 조금 덜 들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에겐 그저 '조금' 덜 드는 걸로 보일 지 모르지만, 10년 넘게 타격폼을 유지해온 그에겐 '큰' 변화였다.
"정말 별 짓을 다 해봤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5월을 요약하는 그의 한 마디. 정성훈은 "다리를 덜 들어보기도 하고, 오래 들어보기도 하고. 수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경기 전에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 있어보기도 했다"며 "이번엔 슬럼프가 좀 오래 가더라. 원래 안 맞을 땐 무슨 짓을 해도 안 맞는다. 그게 내 약점"이라고 털어놓았다.
평소에도 이렇게 안 맞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성훈은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고 있으니 부진이 더 크게 보인 것 같다. 평소에도 이런 사이클을 탔는데 다른 타순에 있을 땐 못해도 티가 덜 났다"고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여기서 또다시 적용됐다. LG의 4번타자 정성훈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몸부림쳤다. 예전엔 '그저 지나가겠거니'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경기 전후 끝없는 훈련을 반복했다. 결국 다리를 조금 덜 들고 난 뒤 타이밍이 맞아갔고, 그도 변화를 받아들였다.
정성훈은 "난 타석에서 타이밍만 생각한다. 남들보다 불리하다. 공에 대처할 시간도 적고, 다른 생각도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우리 팀에 (이)병규형처럼 다리를 살짝 들고도 잘 치는 선수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며 "하지만 야구선수 모두의 자세가 같을 수는 없지 않나. 부러워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열심히 치고 있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