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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의 정신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00년 삼성에서 데뷔, 그 해 9승을 올렸다. 150㎞를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가 그의 주무기. 하지만 경험이 없었다. 불같은 강속구를 뒷받침할 변화구와 완급조절의 내공도 없었다.
결국 허리에 탈이 났다. 2년 뒤인 2002년 SK로 팀을 옮긴 뒤 시범경기에서 강속구를 회복했다. 그러나 2군행.
은퇴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벼랑 끝에 몰리자 그는 편안해졌다. 강속구를 던질 수 없었고, 몸은 2군에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출발이었다.
지난해 9월 2군 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다시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 1군 합류, 그리고 올해 제 5선발 후보가 됐다.
강속구는 없었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변화구가 있었다. 특히 칼날같은 슬라이더와 포크볼, 그리고 낙차 큰 커브를 골고루 던질 수 있었다.
부정투구 논란, 아무것도 아니었다.
청천벽력. 지난 10일 부산 KIA전에서 부정투구 논란이 터졌다. 야구공의 실밥을 입에 갖다댔다는 이유. 다행히 부정투구 논란이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인 타격이 어마어마했다. 이용훈은 "당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고 했다.
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부정투구 논란 이후 첫 출전이었던 13일 부산 두산전. 많은 전문가들이 "이용훈이 심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투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시련을 겪었던 그의 정신력은 상상 그 이상으로 강했다. 5⅔이닝 2안타 무실점. 완벽한 피칭이었다. 부정투구를 연상시킬 만한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은 깨끗한 투구.
19일 인천 SK전. 6이닝 7안타 1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챙겼다. 사실상 롯데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150㎞ 강속구보다 까다로운 팔색조 변화구
그의 공은 상당히 까다롭다. 직구는 140~145㎞. 평범하다. 하지만 그의 포크볼과 커브는 톱클래스급이다. 커브의 낙차는 리그 최고수준이다. 커브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뿌릴 수 있다. 타자가 알고도 치기 쉽지 않다.
포크볼도 있다. 19일 SK 타자들을 농락한 구종이었다. 이날 이용훈은 두 가지 포크볼을 완벽히 구사했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오다가 타자들 밑으로 확 떨어지는 120㎞대의 포클볼.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서 살짝 밑으로 꺾이는 130㎞대의 빠른 포크볼이다. 그는 "빠른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했다"고 했다. 이날 기록한 5개의 삼진을 모두 포크볼로 잡아냈다.
여기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도 있다. 떨어지면서 스피드와 각이 다른 커브와 포크볼, 그리고 옆으로 휘면서 빠른 슬라이더를 유효적절하게 섞으면서 타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킨다.
약점도 있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80.6개다. 선발투수치고는 많지 않다. 좀 더 많은 투구수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안정성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믿음직스럽다. 벌써 6승째(2패). 롯데 선발진 중 가장 많은 승수. 평균 자책점도 2.58이다. 확실히 잘 던진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