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증상 LG, 전력회복 보다 중요한 것은

최종수정 2012-06-29 11:30

LG 선수들이 28일 잠실 KIA전에서 6연패를 당한 뒤 힘없이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LG는 시즌 처음으로 순위가 7위까지 내려앉았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LG가 승률 5할로 컴백할 가능성은 정녕 없는 것일까.

빈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두달 넘게 선전해온 LG가 최대 위기에 놓였다. 28일 현재 최근 6연패로 순위가 7위까지 내려앉았다. 몇주 전만 해도 단독 2위에 오르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승차가 거의 없는 촘촘한 순위 경쟁에서 6연패는 치명적이었다. 28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삭발 의지까지 보였지만 약발은 없었다.

LG 하락 과정에서 드러난 네가지 증상

우선 에이스 주키치의 본인 패전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막후 주키치가 선발 등판한 14경기에서 팀이 패한 경우는 5차례 뿐이었다. LG 관계자들은 시즌 초부터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팀은 주키치가 나온 날, 팀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하지 못한 선발진으로 승리를 챙기기 위해선 적어도 주키치가 나온 날은 이겨야한다는 의미였다.

지난 4월13일과 4월26일에 주키치가 선발로 등판했지만 마무리 리즈의 난조로 팀이 졌다. 패전투수는 리즈였다. 5월30일에도 같은 케이스가 나왔는데 이번엔 이상렬이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지난 19일 주키치가 한화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첫패였다. 24일 롯데전에서도 주키치가 6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주키치가 비교적 충실하게 제몫을 해줬음에도 타선지원이 빈약했다.

이 와중에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22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날 밤 봉중근은 홧김에 소화전을 주먹으로 쳤다가 오른손 골절상을 입었다. 주키치의 시즌 첫 패가 나온 19일부터 봉중근의 골절상 이후 24일 경기까지 LG는 득점권타율이 2할3푼3리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LG는 5회까지 뒤진 경기를 한차례도 뒤엎지 못했고,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주키치가 패전투수가 되기 시작했고, 마무리투수의 첫 블론세이브가 나오고, 그 마무리투수가 골절로 다치고, 타선은 활발함을 잃었다. 이같은 네가지 악재가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극단적인 하강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불과 열흘만에 LG는 5할 승률 플러스 3승에서 마이너스 4승으로 내려앉았다.


촌스러움 극복이 LG의 살길이다

본래부터 LG는 강한 전력이 아니었다. 시즌 개막후 꾸준하게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할 때도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많이 동원됐다. 그래도 훌륭하게 시즌을 치러왔다. 주요 전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신예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었다. 어디 한 곳이 무너지면 잠시 쉬면서 수선할 수 있는 전력 구조가 아니다.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 그러니 LG는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다시 집을 지어야하는 입장이다.

서울 연고 팀이고, 창단 첫해부터 우승했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고, 그 어떤 팀보다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야구를 조금만 잘 해도 스타플레이어 대접을 받는, 그런 팀이 바로 LG다. 얼핏 봐선 '세련된 전통'을 갖고 있는 팀인 것 같지만, 최근 9년간 4강에 실패하면서 이제는 '촌스러운 팀'이 돼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계속 성적이 나지 않으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팀이 위기에 빠지면 젊은 선수들은 덜덜 떨고, 베테랑들도 무기력해진다. 배짱이 부족하니 한번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필요할 때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지도자들이 어떻게든 4강에 올라 큰 경기를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SK 선수들은, 쌍방울 시절부터 이어져온 촌스러움을 극복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강인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다. 넥센 역시 올시즌 들어 이른바 '촌티'를 많이 극복한 모습이다.

열흘후면 봉중근이 돌아올 것이며, 주키치는 계속 제몫을 해줄 것이다. 리즈가 뒷받침하고 있으니 적어도 원투 펀치는 나쁘지 않다. 한달후면 이진영도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올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력 회복에 앞서, 젊은 선수들이 '돌격대 정신'으로 마구 들이대는 투지를 갖는 게 LG에겐 더 중요하다.

김기태 감독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게임은 질 수 있다. 4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로서, 후회는 남지 않게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막 초반에 "백스크린 때리는 홈런 맞는 것 좀 구경해보자"고 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져도 용감하게 지자"는 주문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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